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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취미와 특기
(2023년 4월 28일 연재 칼럼)
‘어쩌다 사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최근 내가 맡은 여러 책임들은 ‘어쩌다보니’ 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 중 어머니의 병환으로 갑작스레 맡게 된 프놈펜 한글학교 교장 대행 자리가 있다. 한글학교 안에서는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반년 이상 한글학교에 있으면서 재미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새로운 학생이 등록을 할 때 쓰는 가정환경조사서가 있다. 질문들 중에서 학생의 ‘취미와 특기’를 묻는 란이 있다. 다른 정보들은 술술 잘 쓰시다가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학부모가 멈칫한다. 어떤 부모님은 너무 많아서, 어떤 부모님은 떠오르지 않아서 멈춘다. 그리고 대다수의 어머님들이 아이에게 ‘너의 취미는 뭐야?’라고 질문을 한다. 이 중 아이와 학부모가 취미와 특기에서 공통된 답을 낸 경우가 드물었다. 우리 아이가 무언가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든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기 위해서 방법을 강구하기는 했지만 지금 우리 아이가 무얼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지 나는 과연 잘 알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엊그제 한 모임에서 각자 한 질문씩 뽑고 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스무 남짓 질문 중 ‘당신의 취미와 특기를 말하시오’가 있었는데, 어른들도 이 질문에 답하기란 영 힘든 눈치였다. 여가 시간에 내가 즐겨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분명 무언가 균형이 깨진 상태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이 있지만 ‘잘함의 기준’이 너무 가혹해서 ‘나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밀지..’하고 숨어 버리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어쩌다 어른’이 된 우리들은 어느샌 가부터 자기가 좋아하던 일에서 멀어지고 해야만 하는 일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뭘 좋아했었는지, 뭘 잘했었는지 가물가물해진다. 취미와 특기를 선뜻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취미와 특기를 인정하고 칭찬해주자. 사랑이 넘친다면 특기를 발굴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TMI지만, 내 취미는 웹툰 보기, 특기는 요리 빨리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