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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연말
(2022년 11월 18일 연재 칼럼)
손과 발을 묶었던 전염병 시대도 지나가고, 올 연말은 다시 눈 코 뜰새 없이 바쁠 예정이다. 비대면으로 전환 되었던 모든 행사가 대면으로 돌아왔다. 한해를 결산하는 각 단체의 연말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이다. 한 해의 마지막은 곧 다가오는 새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무언가 결연한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우곤 했는데 올해는 왠지 모르게 11월부터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내년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우선 한 해를 잘 돌아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격변의 해를 보낸 터라 매 월이 인생에 잊지 못할 시간일 정도다. 돌아보면 그때마다 가득했던 감사의 제목들이 넘친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하얘졌던 적도 있지만 지나고 나니 그때에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기억, 기록을 꼼꼼히 잘 남겨야 한다.
다가올 시간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가장 힘든 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의 시간을 지날 때 일 것 같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가장 좋은 순간에서도 희망이 없다면 그것은 불행한 시간일 뿐이다. 작은 것이라도 ‘무엇’이 아니라 ‘어떤 상태’에 대한 희망이 있으면 좋겠다. 목적이 우선 되지 말고, 목적을 이뤄가는 과정이 의미 있으면 결과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우리는 캄보디아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멱살을 잡고 끌고 온 게 아니라면 캄보디아에서 가질 수 있는 충분한 희망을 잘 누리시길 바란다. 눈 앞에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기쁨과 감사가 삶 속에 숨겨져 있다. 보물찾기처럼 가끔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사랑이 움튼 상태라면 분명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