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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27일 연재 칼럼)
“감사합니다”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과 많이 하는 말이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12일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캄보디아에 돌아왔다. 가족들과 수많은 지인들의 기도로 안전하게 잘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캄보디아 내 집 발을 딛자마자 한국에서의 태산 같은 상황은 벌써부터 흐려지고 속절없이 편안했다. 사람이 이렇게 이기적이다. “감사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사람들의 발을 묶은 지 3년이 지나가며, 나 역시도 아주 응급한 상황이 없었기에 한국에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응급’상황이 벌어지자 하루 만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오려면 오게 되는구나..’ 혼자 중얼거렸다. 양국 정부의 입국 규제가 90% 가량 완화되어 격리 없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자식들이 커가는 것만 알았지, 부모님이 늙어가는 것은 잘 체감하지 못하다가 빨간 불이 켜지고 경보가 울려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기댈 수 없는 존재 정도가 아니라, 내 아이보다도 더 내 손길이 필요한 존재가 되셨다는 걸 이성적으로,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의 20여년의 캄보디아 생활이 갑작스레 전환되었다. 지난 2주간 한국 정착을 돕는 고국의 노인 복지 시스템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자식의 몫까지도 상당 부분 배려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날개 없는 천사분이 선사해주신 따스한 보금자리도…. “감사합니다.”
싸늘한 바닷바람이 부는 토요일 밤. 한국에서 아버지가 실종됐다. 작년 11월 아버지의 실종 이후 두 번째였다. 실종만은 막기 위해서 모신 곳이었는데… 망연자실했다. 처음 보는 동네의 아파트 단지 안을 살피며 제발 차가운 바람을 멈춰달라고 기도했다. 그로부터 12시간 후 새벽 3시경 경찰에게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밤새 걸어서 발은 상했지만 무사하셨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어려움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태산 같은 문제들이 날 집어삼킬 듯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내가 넘어지기만을 바라며 온갖 장애물과 방해공작을 펼치더라도 감사할 수 있는 힘이 내게 끝까지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지면으로 다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저희 부모님의 마지막 캄보디아에서 시간이 온전히 사랑으로만 채워졌습니다.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