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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엄마와 딸
(2022년 4월 25일 연재 칼럼)
4월 25일은 둘째 딸의 생일이다. 둘째는 1년 내내 자기 생일만 기다리는 것 같다. 생일이 지나면 바로 D-364 카운트에 들어간다. 연초가 되면 벌써 생일이 코앞에 왔다고 좋아한다. 100일도 더 남았는데 지치지도 않고 설레고 당일은 어김없이 기뻐한다. 기대치가 너무 크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한 번도 자신의 생일에 실망한 기색을 보인 적이 없다. 3년 전쯤인가 한국 출장이 딸 아이 생일과 겹쳐서 곤란했던 적이 있는데 미리 생일 파티를 해주고 가서 그런지 매년과 같이 행복한 생일을 보냈었다고 한다.
여자로서, 딸로서 살 때는 생일은 무조건 ‘나’를 위한 날이었는데, 엄마가 되고나니 ‘엄마’를 생각하는 날이 되었다. 그 날 하루만이 아니라 그 날을 위해 10개월을 수고했을 엄마에게 감사하고 뭉클한 날. 나의 딸이 자라나는 기쁨만큼, 나의 부모님이 늙어가고 있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이 같이 가는 건가보다. 딸의 생일 앞에서 엄마는 내가 아니라 나의 엄마를 돌아보게 된다.
엄마의 건강에 적신호가 떴다. 아픈 아빠를 돌보시느라 자신의 몸은 잘 돌보지도 않으시고, 씩씩해 보이지만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무게에 자꾸 무너지고 계시던 우리 엄마를 내가 더 돌봤어야 하는데… 마음이 참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워킹맘이었고, 전문직 여성이었고, 자기 세계가 뚜렷했던 엄마는 여튼 다른 엄마와는 달랐다. 삶이 바빠서 이었겠지만 그다지 나를 다그치지 않고 공부만 강요하시지도 않고 다른 엄마들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관심이 있지도 없지도 않았다. 확실한 것은 우리 엄마는 큰일 앞에서 늘 담대했고 절대적인 기준만은 흔들리지 않았던 멋진 엄마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엄마는 담담하시다. 상황과 관계없이 평강할 수 있는 힘. 엄마에게서 배우고 있다.
소식을 들은 지인은 그래도 옆에서 직접 돌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한다. 맞는 말인데, 당장 피가 흐르고 있는 환자에겐 피를 닦을 것부터 줘야 하지 않나.. 하는 서운함이 울컥 올라왔다. 피나 먼저 닦고 나서 ‘닦을 것이 있으니 참 다행이었다’ 하지 좀…
가장 힘이 되는 건 역시나 기도다.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특권 중에 특권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서 아주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 부모님을 위해서 손 모아 기도하는 시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