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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넘어질 자리
(2022년 3월 14일 연재 칼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국민들에게 많은 위로와 기쁨을 주었다. 올림픽 스타는 매년 그래왔듯이 다음 경기를 앞두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여러 방송에 출연한다. 메달의 색과 상관없이 꾸준한 노력만으로도 박수 받기에 마땅하다. 감히 그 누가 그 노력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박수를 보낼뿐이다.
뭉클한 마음으로 텔레비전을 보는데 한 쇼트트랙 선수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우리나라엔 아직도 쇼트트랙 전용 빙상장이 많이 없어서 프로 선수들도 일반 빙상장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데, 쇼트트랙의 경우 속도가 붙기 때문에 펜스가 필수라는 것이다. 연습을 마치고 펜스를 직접 선수들이 정리하는 장면이 나올 때 펜스가 없으면 뇌진탕도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펜스, 쿠션을 보자마자 이번 주에 왜 이렇게 쉽게 아팠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한주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많이 힘든 시간이었다. 오히려 음성을 받고 나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컸다. 이제 쉬었던 만큼 기운을 차려서 다시 뛰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무거울 대로 무거운데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그나마 남아있던 정신력까지도 다 소진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런 상태가 되자 작은 충돌에도 멍이 들고 피가 나는 것 같았다. 펜스가 없었던 것이다. 쿠션이 없으니까 툭 건드림에도, 심지어 위로의 토닥거림에도 쓰러졌다. 바닥이 가까워지는데 마감은 야속하게도 매주 오니까…
바닥을 코 앞에 두고 다시 깨달은 것은 쿠션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쿠션은 내가 대비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의 펜스는 나에게도, 주변인에게도, 그 어떤 사람에게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엉엉 울며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손에 또 풀썩 쓰러졌다. 그 손처럼 완충효과가 좋은 쿠션이 없었다. 어차피 넘어질 거면 푹신한데 넘어져야지… 코로나 이 녀석으로 참 호된 레슨을 받는다.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든 이에게 푹신한데 좀 더 넘어져 있다가 일어서도 된다고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