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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내 영혼이 은총 입어
(2022년 2월 18일 연재 칼럼)
벼르고 벼르던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오미크론 지역감염이 심해져서 취소해야하나 멈칫 했으나 그냥 밀어붙였다. 평일, 오후, 독채를 빌렸으니 우리끼리 있는 건 집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매한가지이니 작년 아버지를 찾은 후로 계획만 세웠던 것을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하겠냐는 판단이었다.
결국 완전체가 다 같이 가지는 못했지만, 도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나무가 무성한 곳에 도착하니 정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을 수영장에 달려들고, 어른들은 산책길에 나섰다. 뉘엿뉘엿 해가 지기 전 붉게 물든 하늘과 푸르른 풀밭, 평일 낮의 유원지는 참 한적했다.
펜션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바비큐 타임이 곧 다가왔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에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식탁에 모여 앉았다. 크게 쌈 한입을 싸먹으며 저녁의 여유를 즐겼다.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나서 잔잔한 음악에 차 한잔을 마시며 손주들이 재롱잔치가 이어졌다. 첫째부터 막내까지 손주 4명이 나란히 서서 주일학교에서 배운 율동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선보였다. 할머니는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아이들은 박수치며 찬양했다. 조용히 듣고만 계시던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찬양 ‘내 영혼이 은총 입어’가 나오자 목을 가다듬으시고 나지막이 찬양을 따라 부르신다. 불과 몇 달 전 그 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다음에 또 오자, 자주자주 오자 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순간이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함께 찬양을 부르고 기도할 수 있는 기쁨…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보물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