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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향수병에 걸린 요즘
(2021년 10월 28일 연재 칼럼)
지난주쯤부턴가 아침은 선선하고 낮엔 좀 덥다가 저녁은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캄보디아’ 가을이 시작된 것 같다. 기온만 보면 이게 무슨 가을이냐 하겠지만 아침 기온 25도 정도면 캄보디아에서는 가을로 치기에 충분한 날씨다. 아직 한 차례씩 비가 오긴 하지만 선선해지는 게 11월이 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끔 한다. 캄보디아에서 살기 제일 좋은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집 앞 마당에서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바람을 맞으며 망고나무 가지 흔들리는걸 보는게 요즘 아침 루틴일 정도로 요즘 캄보디아 날씨가 정말 맘에 든다. 정말 진심으로 맘에 드는데… 정말인데… 자꾸 한국이 그립다.
20년이 넘게 캄보디아에 살면서 향수병에는 걸리지 않는 항체가 있는줄 알았던 나. 요즘 들어 유독 한국의 ‘계절’이 그립다. 그 중에서 단연 가장 그리운 것은 가을이다. 며칠 전 한국에서 탐스러운 사과 사진과 담쟁이 단풍 사진 선물을 받았다. 한국은 점점 봄,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는데 아직 가을이 머무르고 있다는 걸 사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그리워지고 눈이 부시게 노오란 은행잎이 아른거린다.
감성이 메마른 사람도 시상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청명한 가을 하늘, 탐스러운 열매, 황금빛 논 밭, 울긋불긋 물든 산새, 아무리 걸어도 땀이 차지 않는 날씨… 모두 그립다. 물론 옆에 앉아만 있어도 마음 푸근해지는 가족들, 친구들은 당연하다.
그동안은 한국을 가고 싶을 땐 주로 먹고 싶은 새로운 것이 생겼을 때 뿐이었는데, 요즘은 한국의 새벽 공기, 다채로운 색깔, 시골 흙냄새 같은 풍경이 참 애달프게 그립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아이들과 약속한 3년이 곧 다가오는데 코로나19 장벽이 야속하게도 너무 높다. 점점 낮아지고 있으니 좀 더 희망을 걸어본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던 예전 그 날처럼 자유로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