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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말동무
(2021년 9월 30일 연재 칼럼)
해외 살면서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정체성’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서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에게 바른 ‘정체성’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다.
대사관은 물론 재캄보디아한인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한캄상공회의소, 재캄보디아웅변스피치협회, 캄보디아농산업협회, 대한노인회 캄보디아지부 등등.. 각 기관별 단체별 목적은 다르지만 캄보디아에서 한국의 한 부문의 대표로서 존재한다.
정체성을 잘 갖추기 위해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역사를 아는 것이다. 지나온 어른들의 발자취를 보고 좋은 것은 익히고 잘못된 것은 고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이 사회에서 원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는 한 주였다.
캄보디아의 교민 역사는 재수교 이후로 따져서 약 30년 정도 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 시절을 캄보디아에서 살아낸 장본인을 지난 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캄보디아에 대한 전반 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 교민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또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함이 느껴지는 따뜻한 노인회 주역과의 만남이었다.
그분들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이제 나보다 더 작은 어깨를 가진 아버지가 떠올랐다. “노인들은 입을 쉬게 하면 안 돼. 자꾸 옆에서 말을 걸고 관심을 가져주면 활기가 돌잖아.” 한 어른의 말씀에 고개가 절로 푹 숙여졌다. 어렵지 않은 것인데, 다 알고 있는 것인데도 실천하지 못했던 부분을 푸욱 찔린 것 같았다.
대한노인회 캄보디아지부가 이제 발걸음을 떼고 한인/캄보디아 청소년 장학프로그램, 예절 교육, 노인회 활성화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일 없는 노인들이 모여서 시간만 보내는 모임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교민사회에 실질적인 힘을 보태며 그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호언했다.
‘꼰대’와 ‘본보기’의 차이는 별게 아니다. 자기를 낮추고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현안과 현실화 할 수 있는 진정성이 아닐까. ‘꼰대’라는 틀 안에 우리 원로를 묶지 마라. 원로의 진짜 파워는 이 세대의 존중과 그들의 지혜가 만날 때 시너지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