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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내가 따라야 할 명령
(2021년 7월 23일 연재 칼럼)
어릴 적 내 모습을 아는 친구나 사람들이 매주 주간지를 편집, 마감하고 있는 나를 본다면 화들짝 놀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남이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는 법이 없었다. 특히 학교생활에서 그랬다. 수행평가나 숙제를 제 때 하는 적이 없었다. 제 때는 고사하고 별로 내본 기억도 없다. 학교에서 집이 먼 편이라 지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숙제 기한을 지킨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매주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내야 하는 주간정보지를 마감한다니? 최근 한 친구가 ‘그때 너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하는데 나도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랬던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시간을 ‘준수’할 수 있게 되었을까. ‘순종력’이 키워져서 인 것 같다. 방금 지어냈지만, 순종력은 원치 않는 순간에도 해야 하는 이유를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능력 정도를 설명하는 말이 될 것이다.
10대부터 발행인인 아버지 옆에서 마감일시를 준수해야하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 짊어 져야 하는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숱한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나의 작은 실수로 인해 시작된 파장이 얼마나 커지는지 알게 되면서 습관적으로 메모를 했고 상대방에서 최종 검토 받는 습관이 생겼다. 작은 결정도 속단하지 말고 먼저 상의하고 일상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해갔다. 그렇게 애를 써도 크고 작은 실수는 계속 발생했다.
그렇게 남의 말을 듣지도 않고 듣기 싫어하던 내가 절대적으로 들어야할 말이 멘토이자 상사이신 아버지의 명령, 광고주의 요구, 독자의 피드백이었다. 나에게 귀를 여는 계기는 내가 무능함을 인정하고서부터였다. ‘듣지 않으면 안 된다. 듣지 않으면 난 또 실수한다. 듣지 않으면 망한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명령이나 요구는 언제든지 틀릴 수 있고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변수였다. 언제까지 아버지의 명령에 따르면 좋겠지만 이제 그럴 수가 없다.
길 잃은 강아지처럼 앞으로 어떤 명령을 따라야 하나 암담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단 하나의 명령만을 듣고 따르던 믿음의 거장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생각해보면 ‘듣지 않으면 망하는 명령’은 나와 같은 사람의 말일 수가 없었다. 창조주의 명령을 따르는 삶이 답이지, 다른 길이 없지! 무릎을 탁 친다.
지난주 한 인연과 이별을 했다. 선하고 겸손하고 밝았던 고인의 마지막 모습에서 어떤 명령을 따라야할지 해답을 얻었다. 죽음이라는 명에 담대함으로 순종하신 그분의 마지막을 가슴에 깊이 새긴다. 누구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지 마지막까지 순종함으로 가르쳐주신 그의 기백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