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가죽 공방, 이어지는 문화유산의 맥

기사입력 : 2023년 10월 25일

010주황, 노랑 불빛이 새어 나오는 시엠립의 한 골목에 캄보디아 국화인 롬두얼 향내를 물씬 풍기는 “시엠립 앙코르 가죽 조각”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크기의 소가죽 위에 살아 있듯 생생한 그림을 조각하는 한 공예가의 이름은 크마오 소끼어이다. 소끼어는 어려운 가정 형편 중에 12학년을 자퇴했다.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가죽 공예가 넉넉한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그녀의 열정과 끈기는 그녀를 가죽 공예 학교인 “작은천사센터학교”로 이끌어 주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4년간 실력을 갈고닦았고, 마침내 그녀의 예술을 가죽에 담게 되었다. 주변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녀는 예술의 아름다움과 선조로부터 내려온 문화유산을 작품에 담아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가죽을 조각하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작업 과정 내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순간의 오르내리는 감정이 손끝에 드러나서는 안 된다. 가죽 조각을 위한 특수 망치와 도구들을 사용할 때 실수하지 않으려면 조금의 흔들림도 용납할 수 없다.

캄보디아 가죽 공예는 주로 크메르 신화를 조각하고 있다. 최근 젊은 예술가들은 앙코르와트 벽에 새겨진 그림을 가져와 따라 조각하기도 하며 다양한 예술 감각을 펼치고 있다.

시엠립 앙코르 가죽 조각 공방을 운영하는 린 스레이로앗은 가족 대대로 가죽을 조각한 장인이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조각 기술을 전수받아 동생들도 가르치고, 그녀의 실력을 더욱 증진 시켜줄 다른 크메르 예술가들을 찾고 있다.

그녀는 가문 대대로 내려온 가죽 조각 기술이 필적할 상대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고 자부하면서도, 크메르의 문화유산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약 십 년 전 그녀의 기술을 남기기 위한 공방을 열었다.

스레이로앗은 주로 고대 산스크리트 라마야나에서 파생된 크메르 리음케르 싯구를 조각했다. 하지만 점차 현대 사회가 선호하는 그림을 조각하게 되었는데, 그 유명한 앙코르와트의 벽화들을 가져와 가죽에 조각했고,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녀는 훌륭한 품질의 쇠가죽을 사용하며, 세척과 건조 과정 모두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쓴다. 가죽이 다 마르면, 그녀가 작업할 크기와 모양대로 잘라 준비한다. 작품마다 크기와 그림에 따라 들이는 시간이 다르다. 작은 것은 하루 내지 이틀 안에 끝나고, 폭이 1미터가 넘는 큰 작품들은 한 달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 그녀는 가죽에 조각을 마치면 짙은 색 페인트를 위에 덧발라 훼손되는 것을 방지한다. 그녀의 작품은 현지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그녀의 작품은 크기에 따라 1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다양한 가격에 판매된다.

시엠립 문화예술부국장은 스레이로앗의 공방이 수공예 거리를 활성화하고, 수공예의 기초 틀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그는 공방의 올바른 가르침 속에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을 보존하는 법을 배우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골고루 갖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크메르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작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