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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두 번째 창문을 열고
(2020년 12월 4일 연재 칼럼)
캄보디아 거주 20년이지만, 십대 중반에 캄보디아에 왔으니 첫 10년은 보호자의 울타리 속에서 ‘키워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생각해보면 2008년 결혼 후부터 제대로 캄보디아에 ‘살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뉴스브리핑 캄보디아에서 간단 편집, 광고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작년 말 아버지가 은퇴하시며 편집장이란 중책을 맡게 되었다. 편집장으로써 적어야 하는 칼럼, 이걸 시작하기까지 많이 망설였지만, 올해 초부터 큰 맘먹고 ‘두 번째 창문을 열고’ 란 제목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 의해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캄보디아에서 내가 결정하고, 내가 직접 마주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누군가에게 도움, 위로, 공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칼럼 제목이 ‘두 번째 창문’인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 창문은 아버지가 여셨기 때문이다. 사실, 치기어린 시절엔 누군가의 뒤를 잇는 것이 기량이 부족해 묻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존경하는 분의 그림자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란 걸 알았을 때 용기를 내어 두 번째 창문을 열게 되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창문이 같은 방향을 바라봤으면 한다. 항상 구제에 힘쓰고 약자에게 온유하고 불의에 맞섰던 아버지가 항상 바라보시던 첫 번째 창문의 방향에서 세상을 보고 싶다. 그리고 같은 방향이여도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크기는 더 작지만, 아담하고 포근한 나만의 시선을 확립해 나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정지대 발행인의 약 80여개의 칼럼을 수록한 칼럼집 ‘창문을 열고’가 나왔다. 비슷한 시점에 14년을 보냈던 공간에서 이사도 했다. 한 세대의 끝과 다음 세대의 시작인양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물 흐르듯 두 세대가 큰 진통 없이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많은 것들이 지나가 버리면 잊혀 지기 마련이다. 기록이란 그래서 중요하다. 기록을 엮은이들이 역사를 지켜왔듯이, 뉴스브리핑 캄보디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7년의 역사가 한 책에 담겨졌다. 뉴스브리핑 캄보디아의 처음 가치를 지켜나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그러기위해서 늘 깨어서 따스한 시선으로 캄보디아와 교민사회를 바라볼 수 있기를. 오늘도 두 번째 창문을 열고 다짐한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