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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환기의 중요성
(2020년 7월 6일 연재 칼럼)
캄보디아 정부가 코로나 19 사태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취약계층 1만 5천 가정에 재난지원금을 1차 지급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한국도 불과 얼마 전 코로나 19 재난지원금을 받고 움츠려들었던 소상공인의 어깨가 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외에 있어 한국에서의 혜택, 캄보디아에서의 혜택도 다 받을 수 는 없지만 누군가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실 정부의 지원금이 삶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그런 목적도 없을뿐더러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환기를 떠올리면 추운 겨울날 이불을 돌돌 말고 자고 있는데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부모님이 ‘내 속이 다 답답하다’고 하시며 창문을 여시던 장면이 생각난다. 당시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날 좀 내버려 둬~~’라고 했지만 코끝이 쨍-할 만큼 차가운 공기가 방안을 스윽 한번 훑고 나면 대청소를 한 것 마냥 상쾌했다. 매일의 삶 속에서도 이런 환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2,3월 유럽과 미주지역은 화장지 원료국가인 중국이 국경을 폐쇄한다는 ‘놀랍게도 우스꽝스러운’이유로 휴지대란이 일어 대형 마트를 싹쓸이 되고, 캄보디아도 한인 마트에 식료품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바닥이 나 버렸다. 불과 3개월 전 모습이다. 선진국마저 쓰러지는 전염병 앞에 사람들은 공포라는 무거운 공기를 환기시킬 방도 없이 두려움 속에서 살 길을 찾았다.
아직 코로나 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 무거운 공포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제 미국 코스트코에 휴지가 없다거나, 집에 라면 몇 박스를 구비해 놓겠다는 얘기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으로 전 세계의 시장이 움츠려 들었지만 해외로 갈 길이 묶였기 때문에 국내 소비가 점점 늘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 한국 라면류, 과자류 상반기 수출액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고 K-FOOD를 알리는 한식당에 캄보디아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혹자는 상황에 무뎌져서 혹은 안전 불감증 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난 그들이 ‘환기’중 이지 않을까 한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위험할 뿐이지만 끝도 없는 비관주의는 더 위험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코로나 블루(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우울감)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를 향한 마음 방역에도 관심을 기울이자./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