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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도 HAPPY KHMER NEW YEAR! 1천명이 찾은 광주 광산구 쫄츠남 파티에 가다
▲지난 4월 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열린 쫄츠남 행사에 한국 거주 캄보디아인 1천명이 모였다.
한국에서 지내는 캄보디아 국적 이주민은 모두 몇 명일까? 무려 4만명이다. 웬만한 군 인구에 맞먹는 숫자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겐 매년 4월,5월이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이다. 왜냐하면 전국 곳곳에서 쫄츠남(크메르 신년) 파티가 열리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안산, 김해, 논산, 구미 등을 중심으로, 크메르인들이 결성한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행사를 개최한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주한캄보디아대사관, 캄보디아 연예인들도 참석하기도 한다. 필자는 지인의 초대를 받아 지난 4월 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열린 쫄츠남 행사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캄보디아 신년 파티의 모습은 어떨까?
이날 출범식도 진행한 광주크메르교민공동체의 안소영 대표(귀화여성)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거주 캄보디아인들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을 마련할테니,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약 800~1000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가 처음으로 진행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소영 대표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싸움이나 음주운전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방문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행사장은 축구장으로 사용되었던 야외 운동장에서 열렸다(옥동 경기장) 한 켠에 대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양쪽 사이드로 매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천막 구조물이 약 20개 정도 마련되어 있었다. 매점에는 캄보디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개구리요리, 대나무밥, 논 언썸(전통 명절 떡), 사탕수수 주스등을 팔고 있었다. 캄보디아 간식들의 가격은 5000원~1만원 선. 원료들이 대부분 수입이라 비싸게 팔 수 밖에 없다고 상인들은 전한다. 필자도 호기심에 대나무밥 하나를 사 먹었는데 (1만원), 캄보디아 현지에서 먹던 대나무밥보다는 훨씬 더 위생적이었지만, 찹쌀의 찰기나 코코넛의 고소함 등이 떨어져 캄보디아 현지에서 먹던 그런 쫀득쫀득함을 느낄 수 없었던 20% 부족한 대나무밥이라 생각됐었다. 바나나 튀김 또한 현지에서 먹던 달콤함과 바삭함이 떨어졌었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캄보디아 이주민들은 이렇게 흉내라도 낸 현지음식을 한국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비교적 한산해전 오전시간. 오전 10시 경 운동장 중앙에 마련된 제사상에서 크메르 신년에 찾아오는 올해의 신을 맞이하고, 11시경에는 광주에 상주하는 캄보디아 스님에게 공양과 시주하는 의식을 시작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해외에서 열리는 전통 명절 행사에서도 종교적인 의례가 가장 우선시 되고 있다.
점심시간 전후로 더 많은 방문객들이 도착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이 대다수였지만, 이 행사를 위해 남원, 정읍, 여수, 전주 등 전남 전북 지역의 캄보디아인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여 이곳을 찾았다. 12시를 기점으로 줄다리기, 수건돌리기, 주머니 던지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는 순서가 진행됐는데, 대부분 2030세대였던 참가자들이 전통 놀이를 하면서, 환호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행사장이 북적였다. 대구, 경기 등 타 지역에서 방문한 노동자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나들이를 나온 듯한 다문화 가족들이 대다수였지만, 이색적인 행사 자체를 즐기러온 한국인들이나 외국인들도 곳곳에 보였다. 광주에 거주하시는 한 국제결혼 남성 김00씨는 매년 쫄츠남 행사에 참여하며 아내 나라의 문화를 즐기고, 아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2시에 (캄보디아)국민의례, 공동체 출범식 등이 진행된 후 약 3:00부터 5:30까지 (무려 세시간!) 댄스 타임이 진행됐다! 운동장에 수백명이 넘는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전통음악, 캄보디아 가요 등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그동안 직장, 가정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방에 다 날리고 있는 듯 수백 군중이 지칠줄 모르게 깔깔 웃으면서 춤을 추었다. 춤추는 모습을 틱톡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핑크, 초록, 파랑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캄보디아MZ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서로에게 축복을 하는 의미로 물을 뿌리고 하얀색 분을 발라주는데, 광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전통은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분을 발라주며 발라주다보니 행사가 끝마칠때 즈음엔 모두 다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고, 옆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던 필자의 검정 양복과 머리도 희끗희끗해져버렸다.
캄보디아 KLC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후 한국에 온 지 4년차인 논넹(32)씨는 시흥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수에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여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번 광주 행사에 찾았다고 한다. 전통 음식과 맥주를 곁들여 마시며 기분이 많이 좋아보이는 논넹씨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춤을 추다가 묻었는지 얼굴엔 여기저기 분칠이 되어 있었다.
대낮에도 함께 웃고 즐기고 춤출 수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참 건전하고 행복해 보였다. 스마트폰없인 못살고 일거수일투족을 틱톡에 올리는 캄보디아MZ들이지만 여전히 전통음악을 듣고 전통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아주 특별하고 부럽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이런 모임을 가지며 전통 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사는 6시경 마무리됐다. 이날 참석한 캄보디아인들은 자신들이 마치 이 무대에서 주인공이 된 것처럼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았다. 먼 타국에서 항상 언어의 장벽, 문화차이 등으로 인해 조금은 주눅들며 지냈던 캄보디아인들에게, 캄보디아 노래가 울려퍼지고 길거리 음식 냄새가 가득한 이날 이 장소는 꼭 캄보디아 고향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