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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03화 행운을 부르는 캄보디아 동물 “똑까에”
프놈펜은 캄보디아의 수도이자 경제, 산업, 문화의 중심도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밤마다 들려오는 이색적인 사운드는 마치 야생에 있는 듯하다. 해질녘부터 밤까지 주거지 근처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어떤 동물의 괴성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치 전동 드라이버로 구멍을 뚫으려는 듯이 “딱딱딱딱…” 하다가 어느새 커다란 딸꾹질 소리를 7~8차례 뽑아낸다. 그 소리가 캄보디아인들한테는 “똑까에(tokkae)”라고 들려서 이 동물의 이름이 되었고 정식으로는 토케이 게코(Tokay Gecko)로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 살이 10년이상이 됐어도 똑까에의 실물을 본 것은 딱 한 번이었다. 당시 저녁 늦게 숙소로 가려는데 정전이 됐어서 손전등을 켜고 더듬더듬 방문을 열 때였다. 갑작스런 불빛의 출현에 당황해서 움직임을 멈춘 그 생명체는 마치 괴상한 무당벌레 옷을 입은 듯했다. 사전에 듣기로 똑까에는 사람에게 해를 가한다고 해서 혼비백산했다. 주변에 파충류 포비아가 있는 동료도 있어서 함께 야단법석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다 벌레 사냥을 나왔다가 인간들에게 들킨 똑까에가 더 큰 공포를 느꼈을 것 같다.
▲ 세계의 도마뱀류
똑까에는 도마뱀붙이(Gecko)의 일종으로 캄보디아를 포함한 열대 아시아 거의 전역에 분포한다. 자연에서는 우림의 나무와 절벽에 서식하고, 시골의 주거지에도 곧잘 서식해서 밤에 벽과 천장을 배회하며 곤충을 잡아먹는다. 몸길이는 최대 35cm까지 자라고 형태는 살짝 납작한 원통형이다. 눈의 동공은 여느 파충류처럼 세로로 찢어져 있다. 피부는 촉감이 부드러우며 일반적으로 붉은 반점이 섞인 회색을 띄지만, 포획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색깔을 바꿔 주변과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 성적으로 이형이라서 수컷이 더 화려하고 몸이 크다.
일반적으로 똑까에는 공격적이며, 영역을 사수하는 경향이 강하고, 한번 물리면 절대로 놓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야생에서 포획당해 매매되는 개체가 많은 탓에 사람이 만진다 싶으면 입을 벌리고 개처럼 짖으며 물기까지 한다니까 맨손을 갖다 대선 안 될 것이다. 몇몇 조언에 따르면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서 물리면 십중팔구 피를 볼 정도라서 유해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노출되어 2차 감염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똑까에는 애완동물로서 무척 인기 있지만 이러한 습성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쉽지 않은 종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똑까에는 행운과 풍요의 상징으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캄보디아에서도 “똑까에”라는 소리를 7번 들었을 때 소원을 빌면 된다고 들었다. 현지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는 너무 막막해서 이러한 미신에도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꼽으며 행운을 기대했다. 이렇다할 초자연적인 권능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위로가 됐던 것 같다. 물론 이 소리는 수컷이 암컷에게 짝짓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전(1955-1975)에 참전한 미군에게 무척이나 염장을 질렀던지 ‘뻐뀨 도마뱀(fuck-you lizard)’으로 불리게도 했다.
한편 말린 똑까에는 신장과 허파에 좋다고 여겨져서 중국인 공동체가 있는 지역에서는 한약재로 이용하기 위해서 수요가 많다고 한다. 에이즈나 말라리아 치료제로도 알려져서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는데도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도 불법적인 거래가 성행한다. 유럽과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애완동물로도 인기를 끌면서 밀렵과 남획을 부추긴다. 캄보디아는 똑까에를 멸종위기종으로 보지 않아서 관례적인 사용을 허용하며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라도 벌금형 정도로 처벌이 가볍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