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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95화 태국의 토착 크메르인, “북부 크메르인”
▲ 캄보디아 국경과 인접한 태국의 북동부 혹은 이산(Isan) 지역의 남부 지역
북부 크메르인(Northern Khmer people; 쭌찌엇 크마에 캉쯩)은 태국 북동부 지역(Isan; 이산) 출신 크메르족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는 명칭이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13세기까지 크메르제국의 영토였다가 라오스계 란상 왕국(Lan Sang, 1353-1707)이 다스렸으며, 태국은 17세기부터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늘날 이산 사람들은 태국어와 함께 라오스어 방언인 이산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한편 캄보디아 국경과 접하는 남부의 상당수는 토착 크메르인으로, 크메르어 방언을 구사하고 캄보디아와 문화적 유사성을 간직한다. 이 중 크메르인의 인구가 특히 많은 수린주, 부리람주, 씨싸껫주에서 전하는 크메르인의 역사와 문화를 확인하고자 한다.
① 수린 “세계 최대 꼬끼리 마을”
▲ 수린 코끼리 축제
태국의 수린주는 캄보디아의 오다민쩨이주와 접해 있다. 수린(Surin)의 첫 글자 ‘수’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을 의미하는 ‘수라’에서, ‘린(=인따)’는 인도 힌두교의 인드라 신에서 기원했다. 그래서 주의 이름은 ‘인드라 신’을 의미한다. 이곳은 크메르제국 몰락이후 1763년에 ‘무앙쁘라타이사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치앙뿜’이라는 주민이 라마 1세(재위: 1782~1809)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해서 ‘루앙수린파끄디’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이후 루앙수린파끄디가 이곳의 통치자가 되면서 1786년에 지역의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서 수린으로 개칭됐다.
태국의 2000년 인구조사에서 주 인구의 99.5%가 타이족이라고 보고됐다. 한편, 태국 내 크메르인 47.2%가 수린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10년 전인 1990년의 63.4%에 비하면 크게 감소했다. 수린주는 “세계 최대 코끼리 마을”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수아이(Suay)’ 또는 ‘꾸이(Kuy)’족의 후예인 지역민들이 코끼리를 잡거나 길들이는 기술이 뛰어나다는데, 매년 개최하는 코끼리 축제를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크메르 유적지가 현존하고 아름다운 비단과 유명한 자스민 쌀은 특산품으로 수린주의 명성을 높인다.
② 부리람 “파놈룽 역사공원(미니 앙코르와트)”
태국의 부리람주는 캄보디아의 오다민쩨이주와 접해 있다. 코랏분지(Khorat Plateau)의 남동쪽 끝에 위치하고 주 주변으로 사화산이 여럿 있는데, 덕분에 태국에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할 만큼 세계유산적 가치가 인정됐던 ‘파놈룽 역사공원(건립:10~13세기)’이라는 크메르제국기(9세기후반~13세기전반)의 대표적 유적이 현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는 원래 ‘므앙패’로 불리다가 19세기 초에 “행복의 도시”라는 의미의 부리람(Buriram)으로 개칭됐다. 공식적으로는 태국어가 널리 사용되지만 태국 내 크메르인 27.6%가 부리람 주에 거주함에 따라 이들의 일상에서는 북크메르 방언이 사용된다.
파놈룽 역사공원(Prasat Hin Phanom Rung)에 조성된 대부분의 사원은 힌두교 시바 신에게 봉헌될 목적으로 지어졌으며, 따라서 사원의 첨탑은 시바 신이 살고 있는 카일라스(Kailash)산을 상징한다. 사원의 입구를 지나 3층 본당으로 연결되는 통로 정면의 중앙 탑은 힌두교 세계관에서 우주의 중심을 상징하는 메루산(Meru)이다. 통로 끝에는 현실 세계에서 신의 세계(내성소: inner sanctuary)로 연결하는 나가(Naga) 다리가 있다. 내성소 출입문 위쪽에는 시바, 비슈누(Vishnu) 신과 함께 라마야나 신화의 주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파놈룽 사원은 ‘미니 앙코르와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③ 씨싸껫 “가장 가난한 주”
태국의 씨싸껫 주는 캄보디아의 오다민쩨이주 및 뿌레아위히어주와 접해 있다. 메콩강 지류인 문강의 계곡에 위치하며, 덩라엑(Dangrek) 산맥을 통해 캄보디아와 국경을 형성한다. 이곳의 크메르 유적을 토대로 12세기 크메르제국에게 씨싸껫이 중요한 곳임을 짐작케 한다. 태국의 2000년 인구조사에서 태국 내 크메르인 26.2%가 이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10년 전인 1990년의 30.2%에 비하면 줄어들었다. 태국의 북부지역 가운데 가장 가난한 주에 속한다. 최근 역사에서 캄보디아와 태국이 영유권 분쟁으로 마찰을 빚었던 뿌레아위히어 사원 지역과 인접했다. 한때 태국이 점령했던 뿌레아위히어 사원 지역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2013년 판결로 캄보디아에 소유권이 넘어가서 태국은 이 사원에 접근할 수 없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