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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90화 잠든 여인을 닮은 산, 프놈 니엉 껑레이
▲ 깜뽕츠낭주 똔레삽 강변에서 바라본 프놈니엉껑레이 산
프놈 니엉 껑레이(Phnom Neang Kangrei)는 깜뽕츠낭의 똔레삽 강가 맞은편의 숲이 우거진 언덕이다. 가장 높은 지점은 310m이고 평평한 풍경 위로 도드라진 등성이의 실루엣은 고개를 파묻고 잠든 여인처럼 보인다. 이곳은 다소 평범해 보여도 깜뽕츠낭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이자 캄보디아의 유명한 산이다. 여기에 얽힌 전설은 불교 설화집 『본생담(Jataka)』의 「12자매 이야기」에서 근원하며, 태국과 라오스, 말레이시아에도 유사하게 전래된다.
▲고개를 파묻고 잠든 여인처럼 보이는 깜뽕츠낭 주의 프놈니엉껑레이 산
옛날 옛적에 아들을 소원했던 부자가 간절한 기도 끝에 얻는 자식이 줄줄이 딸만 12명이 되었다. 가세는 형편없이 기울었고 여력이 안 된 부모는 자식을 모두 깊은 숲에 내다버렸다, 마침 거인 여왕 썬테마는 자신의 딸 껑레이 공주의 수발을 들게 하려고 이들 12자매를 거인국으로 데려갔다. 끔찍한 거인 밑에서 지쳐버린 12자매는 속박을 피해 인간 왕국으로 도망쳤고, 빼어난 미모 덕분에 모두 라타싯 왕의 왕비가 됐다.
▲ 12자매가 버려져서 거인국 썬테마 여왕에게 잡혀있는 장면
한편, 이들의 도주를 용납할 수 없었던 썬테마 여왕은 인간 여인으로 아름답게 변신해서 왕을 유혹했고 그의 제1 왕비가 되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병환을 핑계로 임신한 12자매의 눈알을 뽑은 다음, 자매들을 캄캄한 동굴에 유폐시켜 굶어 죽기를 바랐다. 언니들이 모두 장님이 된 가운데 막내만은 한쪽 눈이 무사했는데, 이는 전생에 물고기의 양쪽 눈을 찌르며 장난을 쳤던 언니들과 달리 막내는 한쪽 눈만 찔렀기에 이 같은 과보를 받았다.
먹을 것이 없었던 언니들은 모두 출산한 자식의 살점을 자매들과 나눠 먹으며 버텨냈다. 그러나 막내만은 부처의 현신인 아이를 지키기로 결심하고 뿌티싸엔의 출생을 숨겼다. 7세가 되는 날 뿌티싸엔은 어머니로부터 자신을 비롯한 이모들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됐고 이들을 구원하고 거인 여왕에 대한 복수의 의지를 다졌다. 또한 동굴 밖을 출입하면서 먹을 것을 구해 앞을 못 보는 12자매를 구완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소년의 이야기는 라타싯 왕에게도 전해졌고 마침내 뿌티싸엔과 독대하면서 자신의 후계를 이을 아들임을 알게 됐다.
썬테마 여왕은 성인이 된 뿌티싸엔 왕자가 왕이 될 경우의 결과가 두려웠기에 그를 당장 죽이라고 지시하는 서한을 뿌티싸엔 왕자에게 실려서 거인국의 껑레이 공주에게 심부름을 보냈다. 그런데 도중에 왕자는 숲에서 잠들었었고 그곳을 지나던 은둔자가 편지의 내용을 ‘그와 당장 결혼하라!’라고 바꿔버렸다. 거인국에 도착하자마자 서신을 확인한 껑레이 공주는 뿌티싸엔 왕자와 결혼하고는 충실한 아내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12자매의 눈알과 치료제 뿐만 아니라 자연에 조화를 부릴 수 있는 마법재도 있었다.
▲설명: 「프놈니엉껑레이」 책 표지의 뿌티싸엔 왕자와 껑레이 공주
뿌티싸엔 왕자는 기회를 봐서 눈알과 약품 등을 모두 훔쳐서 하늘을 나는 백마를 타고 지상으로 도망쳤다. 껑레이 공주가 거인으로 커져서 지상까지 쫓아오자 왕자는 마법재를 떨어트려 강을 만들고는 그녀가 못 건너오도록 했다. 그는 곧 돌아오겠다고 말했지만 껑레이 공주는 그 자리에서 울다가 죽었고, 그곳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프놈 니엉 껑레이라는 산이 되었다. 왕국으로 돌아온 뿌티싸엔 왕자는 썬테마 여왕을 처단하고 12자매의 눈을 뜨게 한 후에 신분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왕위를 물려받아 12자매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다.
이상은 캄보디아의 지역 전설로 전이된 「12자매 이야기」로서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의 원리를 각인시킨다. 또한 어머니의 패악과 연인의 기만에서도 껑레이 공주는 정절을 고수함으로써 캄보디아 여성의 귀감이 된다. 한편, 태국측 설화에서는 마지막에 뿌티싸엔 왕자도 껑레이 공주의 시신을 안고는 다음 생을 기약하자며 함께 죽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노래나 영화 소재로도 활용될 만큼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