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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89화 캄보디아 대표 작물, 깜뽓 후추
깜뽓 후추(Kampot Pepper)는 인도(카라라 지역)가 원산지이며, 중국 원나라 사신 주달관이 13세기말에 앙코르제국을 방문하고서 기록한 『진랍풍토기』에서 최초로 전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1883~1953)에는 후추에 매료된 프랑스인이 인도차이나 반도에 선진적인 재배법을 도입했고 본국으로 수출함으로써 명성을 높였다. 특히, 깜뽓은 산지의 토양과 바닷바람에서 미네랄이 풍부하고 좋은 기후가 어우러져 후추의 품질이 뛰어나다. 2010년 세계무역기구(WTO)와 2016년 EU로부터 GI(지리적 표시)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세계적인 명품의 반열에 있다. 깜뽓 후추로 대표되는 캄보디아의 다양한 후추 5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생후추 (Green Pepper)
덜 익어서 녹색인 생후추 열매는 3월과 5월 사이의 수확 시즌에 건조되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 또는 오징어 같은 해산물과 함께 생채로 볶아서 요리한다. 기름에 볶여서 살짝 익은 생후추는 상큼하게 매운 맛이 고기와 어울려서 풍미를 더한다. 후추 덩굴에서 바로 채집한 생후추는 신선하게 보관 또는 운반하기 어렵지만 피클이나 절임류 등으로 담그면 장기간 반찬으로 음용할 수 있다.
② 검은 후추 (Black Pepper)
깜뽓산 검은 후추의 복합적인 풍미와 강렬하게 매운 맛은 프랑스 식민지 시기부터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대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맛이 됐다. 세계의 다른 나라 후추와도 구별될 정도로 강력한 본연의 풍미, 즉 강렬한 매운맛과 약간의 단맛, 그리고 유칼립투스나 민트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검은 후추는 열매가 완전히 잘 익은 진녹색일 때 수확해서 살짝 데친 다음 햇볕에 말린 것이다. 모든 종류의 요리에 적합하며 특히 바베큐, 생선 구이에 잘 어울린다. 가격은 1kg당 대략 13~15달러에 판매된다.
③ 빨강 후추 (Red Pepper)
후추 열매가 완전히 익어서 빨간색으로 변했을 때 수확해서 살짝 데친 다음 햇볕에 말린 것이다. 후추의 매운맛과 좀더 단맛이 나고 과일향이 있어서 아이스크림, 초콜릿 또는 딸기 같은 디저트부터 샐러드, 파스타, 고기류 등 거의 모든 음식에 갈아 넣을 수 있다. 양고기나 사슴 고기와 같이 잡내가 강한 야생고기의 양념에도 적합하다. 완전히 익은 후추의 수확량은 적은 편이라 매년 수백 킬로만 생산된다. 가격은 1kg당 대략 22~25달러에 판매된다.
④ 흰색 후추 (White Pepper)
흰색 후추는 잘 익은 열매를 물에 48시간 동안 담가 겉껍질과 과육을 제거하여 자연적으로 흰색인 씨앗만 남긴 것이다. 강렬하고 섬세하게 매운 맛은 신선한 허브나 라임 향을 발산한다. 흰색 깜뽓 후추는 섬세한 맛이 나는 요리를 준비할 때 최고의 요리사들 사이에서 검은 후추나 빨간 후추처럼 강한 향으로 음식을 압도하지 않고 풍미를 살릴 수 있는 향료로 각광받는다. 주로 해산물 소스, 생선요리, 샐러드 등에 갈아 넣는다. 빨간 후추와 마찬가지로 생산량은 적은 편이다. 가격은 1kg당 대략 26~28달러에 판매된다.
⑤ 롱페퍼 (Long Pepper)
약 2.5cm의 홀쭉한 솔방울처럼 생겼으며, 중국과 인도에서는 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매운맛과 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프리미엄 향신료로서 시나몬이나 육두구, 카다몸 등과 같은 풍미가 있다. 최근 요리 현장에서 검은 후추의 대용으로 자리를 찾았으며 복합적인 풍미와 요리의 다양성으로 재발견됐다. 말린 것을 분쇄한 후에 육류를 양념하거나 조리된 야채 또는 카레 음식에 최종 첨가물로 곁들일 수 있다. 가격은 1kg당 대략 60~70달러에 판매된다.
깜뽓 후추는 2010년 GI 인증이후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은 당시만 해도 생산비 대비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었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목표 생산량에 못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보도될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외 바이어들은 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캄보디아에 대규모 농장을 직접 경영해서 물량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영세한 후추 농가는 판로가 줄어들고 2017년부터 팔리지 않은 후추가 창고에 재고로 쌓인 채 2020년 코로나 19 팬더믹 사태를 맞았다.
깜뽓후추촉진협회(KPPA) 응온라이 대표에 따르면, 농가는 대체로 후추 생산량의 60~70%를 수출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관광객에게 판매한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는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을 차단했고 호텔과 레스토랑이 문을 닫으면서 30~40%는 재고로 남게 됐다. 수익 창출 가능성의 위기를 맞아 농가는 농사를 포기하거나 베트남에 싸게 파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2021년에 발효되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호재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