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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87화 캄보디아에서는 혐오를 뛰어넘는 곤충음식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한국의 황금 들녘을 지날 때면 메뚜기나 여치가 톡톡 점프하며 사람한테도 날아들곤 했다. 그런 녀석들을 가득 채집하고는 볶아서 한 마리씩 입속으로 골인했던 시절이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고소하고 바삭하던 식감과 가벼운 단백질의 풍미는 여전히 침을 꼴딱꼴딱 삼키게 한다. 이에 반해 귀뚜라미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어둑하던 시골집 부엌에서 식재료에 딸려갔던지 혹은 보관 중인 음식에 낙하했던지, 맛있게 식사할 때면 꼭 예상치 못한 귀뚜라미 사체의 출현으로 입맛을 배렸었다. 그러나 이런 귀뚜라미도 캄보디아에서는 식용목적으로 대량 공급되는 식재료이다.
동남아 음식기행을 TV로만 접하신 분들 중에는 길거리 음식 좌판에서 산처럼 쌓아놓은 곤충볶음을 곤충 모양의 밀가루 과자 정도로 추측하신다. 즉, 진짜 곤충이란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 분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곤충학자가 아니어도 실물이 분명히 확인되는 곤충 음식은 캄보디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재래시장, 길거리 노점, 국도 휴게소부터 심지어 백화점 식당가나 레스토랑의 메뉴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한국에서도 즐기는 메뚜기볶음이나 번데기류를 제외하고도 접할 수 있는 곤충 음식은 뭐가 있으며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① 귀뚜라미(Cricket)
자연산 귀뚜라미는 땅을 깊이 파서 힘겹게 채집해야 하지만 요즘은 양식을 통해서 대량으로 공급한다. 날개와 날카로운 발을 제거하고 몸채를 튀긴 후 조미료와 향신료, 야채 등으로 버무려낸다. 시장에서 파는 귀뚜라미튀김 중에는 요리법에 따라 내장에서 뿜어내는 노린내가 식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현지인의 길거리 음식으로는 1달러 내외에서 맛볼 수 있지만, 에어컨 시설이 있는 레스토랑이라면 10달러를 호가해도 맥주 안주로는 훌륭한 동반자일 것이다.
② 독 없는 왕거미(Tarantulas)
거미 공포증이 있다면 반드시 피해야 할 정도로 실물이 크고 털이 복슬복슬하다. 땅속에서 서식하는 종이라서 독은 없다고 하니 안심해도 된다. 대부분은 통째로 튀겨서 다양한 소스로 버무린 것을 판매한다. 머리와 다리 부분은 간간한 쥐포 맛이 나고, 배 부분은 노린내가 더러 거북하겠지만 술을 부르는 음식임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곤충볶음이 컵 단위로 1달러에 팔린다면 왕거미는 마리당 1달러가량 한다.
③ 물방개(Water Beetles)
채집한 것을 통째로 소금물에 씻어내고는 마늘 등과 함께 기름에 튀긴다. 조미료와 향신료, 야채 등으로 버무려서 먹는다. 그런데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물방개 한 마리를 입안에 넣기 위해서는 손이 좀 많이 간다. 날개와 날카로운 다리, 촉수를 제거하고 딱딱한 외피까지 벗겨내야 먹을 수 있다. 물론 돌도 씹어 먹는 기량이라면 통째로 먹어도 된다. 두 번이상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특징적인 맛을 꼽을 것도 없다. 식감도 거칠어서 입안에는 바스락거리는 검은 파편이 남는다.
④ 바퀴벌레(Cockroaches)
통째로 튀긴 것을 머리와 날개, 다리를 뜯어내고 몸채만 씹어 먹으면 메뚜기 튀김과도 맛이 유사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안 그래도 극혐 동물인데 오도독 씹히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장과 액즙은 다소 불유쾌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요리하기를 시도한다면 복부의 액즙은 뽑아서 버리고 특제 양념소스에 볶는 것을 추천한다.
⑤ 파리 등의 유충(Maggots)
좀 더 직역하면 구더기이며 한국식 소형 번데기 느낌이다. 다양한 곤충의 작고 통통한 유충을 조미료와 간장으로 양념하고 튀겨서 파, 고추 등으로 곁들여 내놓는다. 팝콘처럼 한 움큼씩 집어서 먹으면 되고, 캄보디아산 절인 라임을 곁들이면 더 맛있다고 한다.
⑥ 붉은 개미(Red Ants)
살짝 구운 소고기를 붉은 개미가 첨가된 뿌러혹 소스에 찍어 먹으면 산도가 적당해서 입맛을 돋우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붉은 개미는 신맛이 나는 특성을 이용해서 향신료로 사용한다. 이미 유럽 전역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받아들여지는 가장 잘 알려진 곤충 식재료이다.
이제 곤충은 미래의 대체식량으로 연구가 진행될 정도로 공개석상에서 주목받는 당당한 식재료가 됐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음용되는 엄청나게 다양한 곤충 및 혐오동물 리스트를 보면서 그간의 경험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거부감과 식욕감퇴가 동반되겠지만 현지인들은 사뭇 진지하다. 캄보디아인들이 온갖 곤충이나 혐오스러운 동물을 먹을거리로 발전시킨 근저에는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렸던 1970년대의 역사가 있다. 물론 오늘날은 이러한 음식이 진귀하게 대접받아서 호기심 많은 외국인 식도락가들의 관심까지 사로잡는다고 한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