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83화 캄보디아인이 좋아하는 색깔?

기사입력 : 2022년 0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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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인은 무슨 색깔을 좋아해요?” 그리고 역시 많은 캄보디아인들도 “한국인은 무슨 색깔을 좋아해요?”라고 묻곤 한다. 이런 질문의 이유는 대체로 만남 또는 이별에 대비하여 선물을 준비할 때나 각종 파티 및 예식, 행사를 위해서 의상을 고민할 때이다. 그런데 오늘날 캄보디아인의 칼라에 대한 뚜렷한 선호를 주장할 만한 근거나 증거는 한정할 수 없는 듯하다. 대개의 모임이나 행사에서 남녀 모두 다양한 칼라의 의상을 착용하는 것을 보면 모든 칼라를 다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보통 사회생활을 하는 캄보디아인들의 공식 복장은 남녀 모두 흰색 또는 하늘색 상의와 검정색 하의가 일상적이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초대장에 ‘양복정장 또는 크메르 전통복장’이라고 드레스코드를 명시한다. 사실 양복정장보다는 이런 날만큼은 고급스러운 색상의 크메르 전통복장이 좀더 선호될 수 있다. 대체로 남성은 상의만 크메르 전통의상으로서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단색을 착용하고, 하의는 양복바지를 입는다. 여성은 비즈와 레이스로 장식해서 밝고 화려한 상의를 착용하고, 하의는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단색으로 캄보디아 전통 스커트를 입는다.

캄보디아도 힌두교 문화권에서 전하는 요일별 칼라를 전통적으로 신봉하는 문화가 있다. 즉, 일요일-빨간색, 월요일-오렌지, 화요일-밝은 보라색, 수요일-녹색, 목요일-연두색, 금요일-파란색, 토요일-짙은 보라색이다. 그런데 이는 전통적인 설정일 뿐 현대의 해당 요일에 그러한 칼라를 맞춰서 입지는 않는다. 다만 어느 월요일에 뭘 입을지 고민스러우면 그냥 월요일의 칼라에 따라 한번 입어볼까 하는 정도이다. 또는 사람에 따라서 건강 등의 이유로 특별한 미신을 따를 경우에 관련된 색을 가까이 하거나 옷을 구입할 때도 참조한다고 한다.

물론 장례식이나 기제사 등의 상례 및 제례에 참석할 때는 한국적인 사고로 예의 있는 칼라가 적용된 의상을 입어야 한다. 현대적이든 전통적이든 셔츠나 블라우스는 흰색으로, 바지나 스커트는 검정색으로 맞춰서 입으면 된다. 그런데 선물의 경우에는 지난 10여년 동안 캄보디아인들로부터 제일 많이 받은 것은 끄러마(스카프)였다. 이들 끄러마는 칼라의 일관성은 전혀 없이 고상한 단색이거나 여러 색이 어우러져서 화려한 경향이었다. 물론 분명한 것은 여기에 흰색이나 검은색은 없었으니까 선물용 칼라로는 잘 안 쓰이는 듯하다.

한국에서 처음 캄보디아에 대해 교육을 받았던 2009년에 캄보디아인은 검은색을 싫어한다고 배웠었다. 크메르루즈 정권(1975-1979) 치하에서 뽈뽓 무리들이 복장을 검은색으로 획일화시켰기 때문에 사람들의 심리에 검은색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캄보디아 입국 전에 검은색과 관계된 모든 의상을 제외하고 왔더니 그야말로 낭패가 발생했다. 당시 한국인 교민사회에 명망 있는 분이 갑자기 사고를 당하셔서 장례식을 참여해야 했는데 마땅한 예복이 없던 것이다. 거기다가 캄보디아인들도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블랙수트를 상용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캄보디아에 처음 오는 한국인이라면 캄보디아인의 관혼상제 의례에 참석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상을 칼라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없이 다양하게 지참하는 것이 좋다. 심지어 결혼식 하객의상으로도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면 검은색이라도 입고서 참석하는 캄보디아 사람이 있으니까 준비해도 되는 것 같다.

한편, 프놈펜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은 대부분 중국계 혼혈 가정이라서 자연스레 홍등이 매달린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춘절을 비롯한 중국식 명절과 가족모임 및 결혼식 등에서 캄보디아인이라도 붉은 색으로 전체 의상을 차려입는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현재 개발원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자본의 영향이 중국계 캄보디아인들의 자부심을 상당히 높여줌에 따라 다가오는 음력 설날은 프놈펜에서 붉은 물결만이 넘쳐날 듯하다. 중국계 캄보디아인들이 신봉하는 붉은 색의 기운에 따라 2021년 새해에는 캄보디아에 활력, 행복, 따뜻함, 길조 등이 뻗쳤으면 좋겠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