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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56화 옥냐(ឧកញ៉ា,[Oknha])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캄보디아에서 존경할 만한 귀족 혹은 거부를 ‘옥냐’라고 일컫는다. 지인의 경험담에 따르면, 어느날 일행과 프놈펜의 길거리 식당에서 꼬이띠우를 먹으며 어느 현지인과 유쾌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아니 글쎄 그 후줄근한 차림의 노인네가 자신들의 국수값을 모조리 계산하더라는 것이다. 그가 바로 캄보디아의 옥냐들 가운데 한 분이었다고 하니 뭔가 신선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일화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부터 어딜 가나 언감생심 옥냐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눈을 씻어가며 주변을 뻐끔거릴 정도로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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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냐(ឧកញ៉ា,[Oknha])는 캄보디아 왕실의 귀족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작위의 명칭으로서 서열 1위 왕족 다음으로 일반인을 위한 최고의 작위이다. 과거 시대에 옥냐는 왕이 임명한 공신으로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정교하게 충성을 맹세하며 군주에게 정기적인 선물을 상납하도록 요구됐다. 이들은 왕좌를 위해서 특별히 봉사했던 종교 지도자, 주지사, 고위 관료 또는 평의원 등의 다양한 개인으로서 19세기에는 약 200명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1970년 친미계열의 론놀 장군이 일으킨 쿠데타로 크메르 사회 구조는 크게 변혁됐다. 이때 들어선 크메르공화국(Khmer Republic)은 모든 왕족과 귀족의 작위를 폐지했다. 그리고 이후의 크메르루즈 정권기에는 심지어 많은 귀족들이 캄보디아 대량 학살로 사망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1975년 이전에는 전체 옥냐의 인구가 5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 옥냐 끗멩(Kith Meng)과 훈센 총리가 회동하는 모습
1970년대 이후, 옥냐 작위는 국가 재건을 목적으로 정부에 $100,000 이상의 재정을 기부하는 기업인들의 명예를 기리고자 부활됐다. 이후 2017년 3월 20일부터는 $500,000 이상으로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작위의 대가가 인상됐다. 옥냐의 등급은 세 가지가 있는데 가장 높은 순서로 록옥냐(Lok Oknha), 네악옥냐(Neak Oknha) 및 옥냐(Oknha)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캄보디아 국왕이 수여하지만 내각과 총리의 사전 승인을 거친다는 점에서 실제 선정 주체는 장기집권 여당인 CPP(캄보디아 국민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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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들 하나같은 목소리로 옥냐 작위를 통해 실질적으로 제공되는 ‘특혜 목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옥냐 자신을 비롯한 일가친척의 사업 관계망에 CPP가 밀접하게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캄보디아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업가라면 옥냐라는 작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공식화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옥냐의 인구는 눈에 띄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옥냐 통싸랏(Thong Sarath)은 2성급 장군으로 비즈니스 라이벌 옥냐 응멩츠(Eung Meng Cheu)를 살해한 혐의로 2019년 3월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옥냐의 인구는 2004년 대략 20명, 2008년 200명에서, 2014년 매체는 704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캄보디아가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만은 볼 수 없다. 실제로 옥냐의 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지난 수년간에도 정부가 작위를 부여하기 전에 기부금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자선의 공적과 사회적 명망까지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그 정도로 근본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수준의 도덕성)가 결여된 많은 옥냐들이 언급하기도 민망할 만큼 천박한 행태를 뻔뻔스럽게 일삼기 때문이다.
종류와 수준을 불문한 민형사 사건에 연루되어 수갑을 차고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옥냐들은 흔한 뉴스가 됐다. 심지어 국제적 제재대상에도 등재되면서 이들 옥냐들은 세계적으로도 악명을 높였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불법벌목, 토지횡령, 마약, 사기, 폭력 및 천연자원 범죄 등을 저지른 옥냐들이 실은 군대 및 경찰 조직의 고위관리이기도 했다. 이에 2019년 8월에 훈센 총리는 모든 군대 및 경찰 조직에 옥냐 작위 반납을 지시했고 당시에 이를 따른 군인은 무려 75명, 경찰은 36명이었다고 보도됐다.
▲ 떼땅뽀어(Te Taing Por) 캄보디아중소기업연합회 회장(가운데)의 모습
캄보디아에서도 옥냐가 존귀하다는 것은 부와 훌륭한 명성이 함께할 때이다. 옥냐가 드물던 초장기에 작위를 수여받은 떼땅뽀어(Te Taing Por) 캄보디아중소기업연합회 회장은 옥냐가 되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요건은 바로 사회적 선행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도로, 학교 및 병원을 개선하도록 국가를 도운 후에야 2001년부터 옥냐가 될 수 있었다. 이렇듯이 많은 옥냐들은 분명 캄보디아에서 옥냐가 늘어날수록 인도주의적 대의를 위한 헌신이 더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