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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두 번째 앙코르 유적 복원
▲ 대한민국의 두 번째 앙코르 유적 복원 대상지 코끼리테라스 ⓒ 박동희
2019년 10월 23일, 한국은 두 번째 앙코르 유적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정식 사업명은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프레아피투 사원과 코끼리테라스 보존 및 복원 2차 사업(2019-2023)”으로 1차 사업의 복원 대상이었던 프레아피투 사원에 더해 코끼리 테라스의 복원까지 맡았다.
원래 앙코르 유적 복원 2차 사업은 프레아피투 사원만을 대상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문화예술부 푸엉 사코나 장관은 대한민국에 코끼리테라스 복원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한국국제협력단은 검토 끝에 사업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 결과 2차 사업에 코끼리테라스 복원이 포함되었다. 이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진행한 앙코르 유적 복원 1차 사업,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프레아피투 사원 복원 정비 사업(2015-2018)”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며, 한국의 문화유산 복원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의의를 가진다.
한국의 두 번째 앙코르 유적 복원 사업: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프레아피투 사원과
코끼리테라스 보존 및 복원 2차 사업 (2019-2023)
국가의 재건을 상징하는 앙코르 유적 복원
앙코르 유적 복원은 캄보디아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1970, 80년대의 캄보디아는 냉전으로 인한 이념전쟁과 급진 공산주의의 실험적 개혁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고, 국가는 황폐화되었다. 이 비극의 막이 내렸음을 선포한 것이 1991년 10월 23일 파리평화협정(Paris Peace Agreements)이었다. 당시 캄보디아 최고 민족회의 의장이었던 노로돔 시하누크는 캄보디아에 이어져 온 비극의 시기가 막을 내리고, 평화가 되찾아 왔으며, 국가를 재건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와 함께 캄보디아의 상징과도 같은 앙코르 유적의 복원을 도와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하며, 이는 ’캄보디아 재건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곧바로 앙코르 유적 복원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프랑스를 필두로 일본,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와 같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중심이 되었다. 예산적,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불과 10년 만에 앙코르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고,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에서 제외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 앙코르 유적 복원에 첫 발을 내딛다. ’프레아피투 사원 복원 정비 사업’
2015년 9월 23일, 대한민국은 앙코르 유적 복원 사업에 참여하였다. 한국국제협력단은 사업을 형성하였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수행하였다. 첫 번째 사업대상지는 ‘프레아피투(Preah Pithu)’ 사원이었다. 프레아피투 사원은 앙코르와트, 바이욘과 같이 많이 알려진 사원은 아니지만, 왕궁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사원으로 그 중요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사원이었다. 하지만 1920년대에 프랑스에 의한 기초적인 정비 이후로 지금까지 100년 넘게 방치되어왔고, 긴급한 복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미 25년간 앙코르를 복원하면서 역량을 키워 온 국제팀들과 세계의 전문가들은 새롭게 참여한 한국이 어떻게 유적 복원을 진행할지 주시하고 있었다. 매년 두 차례 실시하는 국제조정회의 ’ICC-Angkor’ 에서는 유적에 대해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유적에 최대한 변화가 없는 복원방법을 적용할 것을 권고하여, 유적 복원이 조심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신입 복원팀을 견제하였다.
한국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비롯해 많은 석조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암으로 만들어진 크메르 건축은 처음이었다. 최대한 기존 국제팀들이 사용하던 기술을 수용하였고, 자체적인 기술을 앙코르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지양하였다. 또한 3D 스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유적에 대한 기록을 최대한 남기면서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전달하다
한국팀이 앙코르에서 점차 평가를 높여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사원의 복원 공사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캄보디아 스스로가 앙코르 유적을 복원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캄보디아에 앙코르 유적을 보존하기 위한 실험실을 구축하였다. 이는 앙코르 유적에서 처음 설치된 실험실로, 향후 앙코르 유적 복원이 실험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받았다. 이와 함께 전문가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하였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실험실을 사용하게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
이와 함께 프레아피투 까오썩 사원의 테라스 복원을 완수하였다. 테라스는 붕괴된 상태로 100년 이상 방치되어 왔기에, 대부분의 부재들은 무더기로 쌓여 있는 상태였다. 원래의 위치에서 멀리 이동해 있거나 사라진 부재들도 많았다. 한국팀은 최대한 모든 부재들을 재사용하는 방향으로 꼼꼼하게 보존처리를 하였다. 그 결과 테라스 전체에 구부재의 재사용률이 90퍼센트에 이르렀다. 한국이 수행한 3년간의 사업은 첫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평을 받았다. 특히 1차 사업이 끝난 2018년 11월에는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다.
새로운 시험대, ’코끼리테라스 보존 복원 사업’
코끼리테라스는 앙코르 왕조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이는 왕궁 앞을 장식하는 대형 월대로 약 3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 테라스의 벽면에는 앙코르 제국이 보유하였던 코끼리 부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코끼리가 서로 싸우고 있거나, 물소나 다른 동물들을 제압하는 역동적인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마치 융성했던 앙코르 제국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앙코르의 왕들은 코끼리테라스를 국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사용하였을 것이다. 원정을 나서는 군대를 독려하거나 국가의 큰 행사가 있는 경우 왕은 코끼리 테라스에 올라 만남을 가졌을 것이다. 이러한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에 최근에도 캄보디아의 왕실은 코끼리테라스를 활용한 행사를 자주 가진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담당하게 된 ’코끼리테라스’의 복원 사업은 문화유산 복원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2023년까지 대한민국이 수행할 앙코르 유적 복원 2차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글, 사진 박동희 연구원(한국문화재재단)
2008년부터 앙코르 유적 복원과 조사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으며, 2015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앙코르 유적 복원과 관련하여 박사학위(건축학)를 수여받았다. 이후 한국문화재재단 소속으로 한국국제협력단이 수행하는 앙코르 유적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프레아피투(Preah Phitu) 사원
앙코르 톰 내의 왕궁 맞은편에 위치한 크메르 사원군이다. 총 다섯 개의 사원과 세 개의 테라스, 두 개의 연못으로 구성된 복합 유적군이다. 면적은 동서 600미터 남북 300미터로 상당히 넓다.사원과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건립 연대와 목적은 불분명하다. 사원에 남겨진 조각이나 건축 양식을 통해 12세기 중반에 비슈누 신을 위해서 건립된 힌두교 사원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우거진 야생림과 수경관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여, 여유로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2018년에 완성된 프레아피투 까오썩사원 테라스는 캄보디아인 신혼부부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