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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넉넉해지는 풍요의 도시 캄퐁참의 강, 바람, 꽃, 나무
마음이 넉넉해지는 풍요의 도시
캄퐁참의 강, 바람, 꽃, 나무
선선한 강바람에 한 번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에 한 번 풍성한 농산물이 주는 안정감에 한 번
세 번의 감동이면 족했다 ’반드시 이 곳에 다시 오겠다 생각했다.
캄퐁참의 첫 인상은 강렬하고도 차분했다
캄보디아에서 20년 왜 이제야 왔을까? 이제야 이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일까?
신년을 맞아 별다른 준비없이 떠난 2021년 첫 여행지는 캄퐁참이었다. 프놈펜에서 북동쪽으로 124km 가량 떨어진 도시, 훈센 총리의 고향이자 미인의 도시라고만 알고 있던 캄퐁참이다. 어느 지역을 관통하는 징검다리로가 아닌 단일 목적지로는 처음이었다.
▲ 캄퐁참은 영어로 Kampong Cham이라고 표기한다. 크메르어 원어 발음으로는 껌뽕짬에 가깝다. 캄보디아 지명에 자주 보이는 캄퐁(껌뽕)은 항구를 의미한다. 참(짬)은 캄보디아 고대왕국인 참파제국의 참(짬)족을 의미하여 캄퐁참은 ‘참족의 항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현재도 짬족(무슬림)이 다수 거주하고 아직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1월 1일 오전 8시, 아침에 떡국까지 챙겨 먹고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슬렁슬렁 출발했다. 거리도 가깝고 별 목적없이 떠나는 여행이라서 설렘이 적은 만큼 부담도 적었던 걸까? 6번 국도를 타다 중간 지점인 스꾼(Skun)에서 7번 국도로 갈아타고 약 2시간 30분정도 달려 메콩강변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부모님과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행이여서 숙소는 동네에서 가장 깔끔하다고 평점을 받은 LBN Hotel로 결정했다. 떠나기 전날까지 마감을 했던 터라 지역에 대한 정보는 커녕 숙소 사진도 보지 못하고 떠났다. 신랑은 시골이니 숙소가 좀 깨끗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특별한 구경거리 보러가는 것보다 꼭 방문하고 싶은 선교센터에 가는 것 외엔 무계획이라는 말만 듣고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녀야지 했다. 매번 여행에 목적과 세밀한 일정을 정하고 다니는 성격이라 이런 스타일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전쟁 같은 연말을 보내고 너덜너덜해진 멘탈이었기에 아무래도 좋았다.
콧구멍에 바람만 좀 쐬보자! 1박 2일 밥만 안차려도 그게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캄퐁참에 가는 길 중간에 잠시 들렀던 선교센터는 민물가재, 메기, 닭, 오리, 거위 등을 키우는 농장이었다. 3M 수심의 깊은 웅덩이를 파서 그곳에 민물 가재와 메기를 양식하고 있었다. 마치 캣타워를 연상시키는 닭장도 인상깊었다. 프놈펜에서만 자란 우리집 삼남매와 같이간 꼬맹이는 동물 구경도 구경이지만 흙 장난, 돌멩이 장난에 푹 빠졌다. 특별한 놀이기구나 시선을 앗아가는 쇼는 없었지만 대자연을 놀이터 삼아 누비며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우리는 메인 코스인 캄퐁참에 도착했다.
때는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1월 초순. 강바람이 선선하다 못해 조금 차기까지 했다. 캄보디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기는 날씨일 것이다. 기분이 좋아졌다. 장롱속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던 바람막이를 하나씩 꺼내입고 숙소 근처 레스토랑으로 걸어갔다.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Smile Restaurant은 트립어드바이져에서도 가장 평점이 좋은 식당이다. 평소같으면 외국인 관광객과 근교에 거주하는 선교사들로 북적인다고 하는데 코로나 19 여파인지 1월 1일 저녁이었지만 우리외에 다른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캄보디아식부터 양식까지 골고루 주문하여 모두 만족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어둑어둑해진 시간 강변 산책을 하기로 했다.
프놈펜에서 강변은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는 곳이나 왕궁 구경을 하는 곳으로 변질되어서 그런지, 강 바람을 맞으며 해가 진 시각에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통해서 잊고 지내던 자유를 느꼈다. 그날따라 유독 달은 가깝게 떴고 강물에 비친 달무리는 그림보다도 더 예뻤다.
함께 걷던 지인이 길거리 꽈배기를 먹어보자고 제안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꽈배기 만드는 상인의 손에도 집중했다. 상인은 한국 꽈배기와 달리 타로와 정체모를 달달한 초록 소스에 찍어먹는 거라고 알려줬다. 꽈배기 자체는 별 맛이 나지 않았지만 특제 소스와 함께 하니 눈이 동그래지는 맛이었다. 우연히 멈춘 곳에서 만난 깜짝 선물같은 느낌. 이것이 계획없는 여행의 참 묘미구나 싶었다.
여행의 두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 코로나로 인해 호텔 조식 뷔페가 닫아 단품 메뉴를 시켜야 했다. 기대없이 시킨 조식은 생각외로 꽤나 정성들여 나온 캄보디아 조식 스페셜 메뉴. 배를 든든히 채운 뒤 Sunflower Field라는 이름의 해바라기 농장으로 출발했다. 호텔 직원들도 아직 영업중인지 모르고, 구글상에도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닫혔으면 어쩌지?’ 라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우려와는 반대로 해바라기 농장은 아주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해바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국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가지런히 줄 맞춰서 쭉쭉 뻗어있는 해바라기 사이에서는 어떻게 찍어도 엽서처럼 사진이 나왔다. 한참을 아이들과 사진 삼매경에 빠져 놀다가 점심을 먹고 캄퐁참의 또 다른 명소인 뱀부 브릿지(대나무 다리)로 이동했다.
뱀부 브릿지(대나무 다리)는 캄퐁참 시내에서 뺀섬(Koh Pen)을 잇는 대나무 다리는 약 600M이다. 우기때에는 물에 잠겨 건기때마다 매년 새로 짓는다는 이 다리는 보기보다 견고해 과거에는 차나 오토바이도 다녔다고 한다. 현재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대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울퉁불퉁해 왕복 1.2km 지만 꽤나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아서 7살 막내도 신나게 생애 첫 대나무 다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강 중간에 위치한 뺀섬에 도착하니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고운 강 모래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을 모래에 털썩 주저앉아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강물에 발을 적시며 놀았다.
돌아오는 길 양쪽으로 쭉 캄퐁참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상인이 보였다. 옥수수, 땅콩, 고구마를 삶았고 각종 과일과 캄보디아식 장아찌를 판매했다. 갓 찐 옥수수를 입에 물고,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며 캄보디아의 겨울을 제대로 즐기다 왔던 시간이었다. 풍요의 도시 캄퐁참, 후회하지 않을 여행지가 될 것이다./글 정인솔·그림 이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