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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53화 캄보디아의 가죽인형 그림자극, 스바엑 톰
캄보디아의 가죽인형 그림자극은 평면에 투각된 가죽인형 그림자로 극을 연출하는 공연예술이다. 주요 하위 장르로는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 이야기를 테마로 1-2m 높이의 액자인형을 움직여 공연하는 스바엑 톰(Sbek Thom), 이보다 더 작은 인형으로 관절을 움직이며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스바엑 또잇(Sbek Toch), 컬러 가죽 인형을 사용하는 스바엑 뽀(Sbek Por)가 있다. 캄보디아의 가죽인형 그림자극은 태국(낭야이와 낭딸룽), 말레이반도, 인도네시아(와양쿨릿)의 그림자극과 일정 부분 유사성을 보인다.
스바엑 톰은 앙코르시대 이전부터 궁중무용 및 가면극과 함께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신에게 바치는 공연은 주로 크메르 신년(쫄츠남), 국왕의 탄생일 또는 귀족의 숭배의식의 일환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1년에 3~4 차례 열릴 수 있었다. 15세기 앙코르제국이 몰락한 이후, 이러한 그림자극은 자체적으로 의식적인 차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예술적인 형태가 되기 위해서 한층 더 진화해 왔다. 이러한 결과로 UNESCO는 2005년에 캄보디아의 전통과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는 스바엑 톰을 세계무형유산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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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엑 톰의 평면 가죽인형은 신과 신격의 인간으로 대표되는 각각의 인물을 한 장의 가죽위에 신성하게 새겨낸 것이다. 가죽은 캐슈넛 나무의 껍질로 만든 용액으로 염색하고 무두질하여 부드럽게 만들어지면, 장인이 가죽위에 인물의 형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잘라내서 칠을 한다. 그리고 공연하는 조종수가 잡는 손잡이용 막대기를 단단하게 부착한다. 공연은 보통 논이나 사원 근처의 야외에서 밤에 거행되는데, 무대는 커다란 흰색 장막을 사이에 두고 뒤편 중심에는 큰 불을 피워 놓거나 오늘날 실내 공연장에서는 프로젝터의 빛을 사용한다.
공연에서 보여지는 장면은 라마야나의 크메르 버전인 리엄께(Reamker)를 기반으로 한다. 공연에서는 조종수가 평면 가죽인형의 손잡이를 잡고 높이 들어서 움직이면 가죽인형의 실루엣이 불빛을 받아 흰색 장막에 투영된다. 조종수는 인물의 캐릭터에 맞게 독특하게 정제된 스텝으로 장막의 앞뒤를 바쁘게 오가며 가죽인형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귀족 캐릭터를 조종하면 우아하고 위엄 있게, 원숭이 캐릭터를 조종하면 우스꽝스럽고 방정맞게 움직인다.
공연에는 두 명의 해설자와 캄보디아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악대도 동반한다. 공연 시작은 무대 앞에 시바 신과 비슈누 신 등의 가죽인형을 모시고 향불을 피운 뒤에 공연진이 모두 기도를 드리고 나서 진행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선악의 대결구도를 상징하는 하얀 색 원숭이와 검은 색 원숭이의 전투 및 스승의 중재 장면을 공연한다. 스승은 ‘양측은 싸움을 멈추고 서로 도우면서 정해진 운명에 따라 이제 전능하신 분을 모시고 전투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리엄께 공연이 시작된다.
본 공연은 지금까지 공연된 바에 따르면 전체 스토리의 절정에 해당하는 악마 측의 최강자 인드라지트(Indrajit; 악마 라바나의 장남)와 략슈마나(Lakshmana; 라마 왕자의 충직한 동생)의 전투 장면을 주로 다룬다. 인드라지트의 등장으로 라마 왕자 측은 크게 부상을 입는가 하면 환각술로 라마 왕자의 부인 시타(Sita)가 죽은 것처럼 속여 라마 왕자 측의 전열을 흩트리려는 등의 술수와 마법으로 각 측이 일전일퇴하는 장면을 가죽인형의 움직임과 조종수의 율동으로 감상할 수 있다.
▲ 스바엑 톰의 평면 가죽인형을 제작 중인 장인의 모습
이렇게 일부분을 전부 공연하기 위해서도 4-5일밤이 소요되며, 하룻밤 공연을 위해 최대 160개의 가죽인형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같은 부분을 공연하더라도 공연단마다 다르게 연출한다고 하니 각양각색의 스바엑 톰을 지역별로 다양하게 보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연의 명맥은 크메르루즈 정권기에 상당량 파괴되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으며, 1979년 이래 살아남은 몇몇 예술가들에 의해서 점차적으로 활성화되어, 현재 전국에 관련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데 앞장서는 스바엑 톰 공연단은 모두 6곳이 있다고 한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