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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 수목장 현장에 가다
프놈펜에서 30~40분쯤 달리면 한적한 캄보디아 마을에 한 교회가 있다. 교회 앞 마당에 가지런히 심겨있는 망고 나무 아홉 그루. 최근 형형색색의 꽃과 함께 새 단장을 해 화사해진 이곳에 박현옥 한인회장(상조위원회장)이 지난 2018년 2월부터 무연고 사망자를 수목장으로 모시고 있다. 현재까지 네 명의 고인을 모셨고 최근에 비석을 새로 맞추고 한인회 백종대 고문, 유재천 고문의 협조로 깨끗하게 단장했다.
유달리 교민 사건사고가 많았던 지난 2018년 여름, 박 회장은 당시 한 달에 반 이상은 장례식장과 화장터에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교민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대사관에서 한인회에 연락이 오는데 현지에서 화장을 한 뒤 유골을 한국에 보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종종 무연고자 사망 시 마땅한 방법이 없던 터. 한인회 상조위원회는 이런 연고 없는 사망자들을 위해 수목장을 떠올렸다.
대사관과 한인회는 교민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연고 없는 사망자의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돕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장례 절차를 처리하려면 장례 행사부터 화장까지 약 3,000불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형제, 자매, 부모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정부에서 나오는 무연고자 장례 지원금에 해당이 안된다고 한다.
툭툭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장문철 씨의 지인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수목장을 다녀갔다. 가족과 친구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고인을 모셔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 표했다. 누구도 하지 않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최근 캄보디아 한인회가 코로나 19로 캄보디아 입국이 어려워진 한인을 위해 수개월째 한식 도시락을 제공하고, 입국 절차를 돕고 있다는 것은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거듭 소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하지만 타국에서 사고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온 한인회의 선행은 교민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 박현옥 한인회장은 한인회장이자 상조위원회자장을 겸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소식이면 어디든 뛰어가 마지막을 함께한다.
박 회장은 “한인회장 임기가 끝나면 저는 상조위원회장으로서 제가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은 우리 한인들의 마지막을 지키고 싶습니다.”고 그의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다짐했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말, 내뱉은 말은 꼭 지켜내고 마는 그의 행보를 보면 믿어봄직 하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