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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35화 요즘 캄보디아의 전통 결혼식 풍속도
캄보디아 결혼식의 풍속도는 프놈펜에서 2019년11월 기준, 과거와 비교해서 많이 바뀌고 있다. 프놈펜시청은 지난 7월부터 길거리를 점거해서 천막을 치고 결혼식을 치르는 행위를 금지함에 따라 동네가 떠나가라 음악을 틀고는 2,3일 동안 길가의 대형 천막아래서 결혼식을 치르는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신에 프놈펜의 도심과 외곽지대의 궁전을 방불케 하는 웨딩홀에서 6개월전부터 예약한 커플들이 길게는 1주일 동안 치르는 캄보디아식 전통 결혼식을 단 하루만에 치러 버리는 문화가 정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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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40여명의 학생들 중에서 4년이 지난 현재 대략 50%가량이 결혼식을 치렀다. 학업을 종료한 날부터 매년 두세 커플이 결혼을 하다가 최근 1년의 건기 동안에 남녀를 불문하고 28세를 넘기지 않겠다는 듯이 다섯 커플이 연타로 결혼식을 올려 버렸다. 물론 그 중에는 혼인신고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혼한 커플도 있어서 결혼식 당일에 참석이 어려워서 계좌로 입금해준 축의금이 무색해진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내년까지는 아마도 이들 중 80%는 거의 결혼에 골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하에쩜눈’ 행사를 위해서 예식장 밖에서 행렬을 시작하는 신랑측(앞줄)과 하객들(뒤편)의 모습
지난 11월, 프놈펜에서 치른 결혼식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한번 참석해 봤다. 부디 하객의 예의를 차려 달라는 신부의 깜찍하고도 무시할 수 없는 부탁을 수렴하여 적당한 예복을 장만하고 얼굴을 정돈하여 결혼식장으로 새벽같이 나섰다. 어스름이 걷히던 오전 6시30분, 예식장 밖의 길가에는 ‘하에쩜눈(결혼예물행진)’을 위해서 신랑과 부모형제를 앞줄로 해서 예물모형, 각종 음식과 선물박스를 양손에 잡은 친인척과 우인들이 길게 줄지어 걷고 있었다. 이렇게 예식장 입구에 이르면 신부측이 나와서 신랑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공손하게 맞이한다.
뒤따랐던 하객들도 이들의 인도에 따라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때 조그만 선물 봉투를 나눠 받았다. 여기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사탕 무더기와 소액의 지폐가 들어 있었다. 작은 바게트 샌드위치 하나는 사먹을 것 같아서 점심값을 제공하는 한국 결혼식을 떠올리며 잠깐 동안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 예식장 내부의 한편에는 하객들을 위한 식탁에 조식으로 죽이 마련돼 있었다. 우인으로 참석한 하객들은 일제히 주린 배에 맛있는 죽 두세 그릇 들이켰지만 신랑과 신부는 이제부터 본 행사를 위해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 2019년 11월, 하루만에 치르는 프놈펜의 어느 전통 결혼식의 행사순서
예식장소에는 진귀한 예식 음식과 선물 등을 펼쳐 두고 신부의 일가친척이 둘러앉은 가운데 신랑은 예를 갖추어 신부측 부모에게 풍성한 꽃바구니를 드린다. 이어 신부측은 신랑측이 준비해온 결혼예물을 살피며 결혼식 비용에 버금가는 지참금도 신랑으로부터 전달받는다. 그리고 무희가 과일을 펼치며 다복과 다산을 염원하는 노래와 율동이 이어진다. 이때는 신부가 안 보이는데 아마도 환복하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신랑측은 신부측에게 슬라잎을 나눠 씹으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가족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도 연출된다.
이어서 스님들의 불경 독송, 조상께 제사, 신랑신부 단장, 촛불 회전, 신랑신부 결합, 신방입실의 과정이 진행된다. 스님들이 독송하는 동안에는 여느 불교 행사처럼 하객들은 경건하게 합장하는 모습이다. 조상께 올리는 제사상은 행사장 입구쪽 벽면에 소담하게 차렸는데, 제례용 식탁 옆에는 저녁 피로연 음식까지 미리 한상 차려져 있어서 조상에게 먼저 올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친인척과 우인들이 기혼이나 미혼의 구분 없이 신랑신부를 단장시키거나 촛불을 회전시키고 그들의 결합을 축하하는 행사에 다 참여할 수 있었다.
▲ 신랑신부의 결합을 축하하고자 황실 또는 홍실을 손목에 묶어주고 거액의 축하금을 손에 쥐어주며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우인 커플의 모습
이렇게 1일만에 치르는 결혼식 비용도 무려 2만 달러가 훌쩍 넘는다. 의상대여 및 메이크업 패키지 2천, 결혼반지 3천, 웨딩홀 대관료 3천, 웨딩홀 장식비 1천, 전통예식 진행비 3천, 피로연 식사 및 음료 12천, 전체 촬영비 1천 등이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비용일체를 신랑이 지참금으로 얼마나 부담하느냐에 따라 프놈펜의 결혼식이라도 호화스러움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결혼비용을 신랑측이 부담했다면 신부측은 마땅히 신혼집 마련에 적정한 부담을 떠안아야 평화로운 신혼의 한때를 구가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