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3화 2019년 계획정전 대란과 정부의 대응 양상

기사입력 : 2020년 01월 03일

2019년도 어느새 하반기의 정점을 찍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상반기 최대 이슈는 바로 정전으로 그 어느 해보다 캄보디아 전기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했다. 지난 3월초만 해도 캄보디아의 전기 공급률이 2017년말 기준으로 89.1%에 이른다는 기사가 나돌 정도로 전기 사정이 제법 선진적인 수준으로 도약한 듯했다. 간혹 한두 시간씩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기도 했지만 일상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월14일에 갑자기 반나절 이상 정전이 지속됐고, 드디어 3월15일에는 공식적인 지역별 교차 정전 실시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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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하게 얽힌 전기 공급 케이블에 사다리를 의지해서 점검 중인 캄보디아인의 모습

낮에 조명 꺼진 카페들이 속출했고 에어컨을 켜지 못해서 문을 활짝 열어 제친 업소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계획정전의 불가피성을 언급했고, 훈센 총리는 가는 곳마다 부지런히 호소문을 낭독했다. 동남아시아의 이상기후 현상, 즉 엘니뇨로 인한 심각한 더위로 전기 사용이 폭증했고 여기에 건기의 물부족까지 겹쳐서 저수량이 급감함에 따라 국가 전력 공급원의 50%이상을 차지하는 1400MW급 수력발전소에서 겨우 100~200MW만을 생산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겪는 공통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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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떵뜨렝 주의 수력발전 댐

그리고 국가 수장이라는 사람이 국민들에게 정말 대놓고 전기와 물 사용을 줄이고 자체 발전기를 구동하라고 요청했다. 그러자마자 온 나라 사람들이 일제히 그의 말을 따라 발전기를 사재기하고 만족스럽게 구동하면서 업소를 선전해대는 모습은 과히 대한민국에서 볼 수 없던 진풍경이었다. 이렇게 캄보디아에 사는 사람들이 상황을 쿨하게 넘기는 듯 보였지만, 당시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상인들으로부터 하루가 다르게 비싸진 가격으로 구입해야 했던 캄보디아 국민들은 값싼 국가 전기를 마음껏 쓰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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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기를 매장 전면에 비치하고 판매 중인 소매 상인의 모습

이렇게 최대 3개월여를 계획했던 교차 정전도 4월 중순이 되자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지만 조금씩 와해되는 양상이었다. 거의 매일 정부는 베트남, 태국, 라오스로부터 전기를 들여오고 있으며 핀란드 및 독일제 200MW급 디젤 발전기 2대도 수입했다고 전했다. 또한 훈센 총리는 일본 총리와 캄보디아에 라오스의 전력 공급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 원조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4월19일, 터키로부터 들여오려던 200MW급 발전선을 취소하노라고 전하면서 이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전기 공급의 청신호를 알렸다.

캄보디아전력청(EAC)에 따르면 2018년 전기 사용량은 전년도보다 15% 증가한 2,650MW이며, 2019년 전기 예상 사용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서 2,870MW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물부족 사태는 매년 직면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증가 추세를 반영한 예상 수요를 상반기부터 이미 안정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실책인데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어찌 반복되지 않겠는가? 이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훈센 총리는 지난 6월초에 내년에는 절대로 전력 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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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놈펜특별경제구역에 있는 코카콜라 태양열 발전소는 자체 전기 사용량의 약 3분의 1을 공급한다.

현행 석탄발전소 세 곳에서 매일 각각 370MW를 생산할 수 있는데다가 추가로 130MW급 발전소도 건설 예정이라고 한다. 친환경에너지 태양광 발전소는 2020년부터 전체 에너지의 15% 생산을 목표로 바벳, 깜뽕스프, 깜뽕츠낭, 바탐방 및 씨엠립주에서 최소 390MW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말 정부의 약속대로만 된다면 올해 초에 난리통을 겪으면서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정과 회사에서 방비했던 여러 대의 자체 발전기는 드디어 창고의 한쪽 구석에서 먼지가 쌓인 채로 방치될 일만 남은 것일까?

지난 8월초에 캄보디아전력공사(EDC)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237건의 전력미터기에 관한 항의를 접수받았다고 한다. 정부가 미터기를 조작해서 국민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욕설이 난무했다는 보도로 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전기요금이 상당히 청구됐음을 알 수 있다. EDC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전기 소모량이 큰 노후된 전자제품이나 교체하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캄보디아의 전기 설비 노후화와 점검 실패로 인해서 전기 누전이 상당히 발생하는데 이러한 비용을 국민에게 모두 전가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돈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