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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7화 캄보디아인 조력자가 필요한 각종 행정처리
외국인이 캄보디아에서 겪는 문제상황에 대해서 때로는 설렁설렁 넘어가고 그렇게 하기 곤란할 때는 현지인에게 부탁하는 저자세를 취하면서 방법을 직접 물어보면 대체로 솔직하게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든 편견을 가지고 섣불리 행동하거나 제한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면 먼저 관계를 망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평범한 외국인으로서 경험한 캄보디아 사람들은 일처리 과정에서 교묘한 꼼수보다는 대부분 그들 나름대로의 합리성에 기초한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가자면 반드시 한두 가지 이상의 행정처리를 경험한다. 이때 맞닥뜨리는 큰 장벽은 항상 캄보디아인 대행인이 끼어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은 캄보디아에 대해서 뭣도 모르는 외국인을 도와서 행정처리를 순조롭게 하고 소정의 수수료를 챙길 뿐이다. 그런데 이런 관행이 어느 관공서에나 고착화되어서 행정 직원은 캄보디아인 대행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서류는 심지어 접수받지 않거나 처리에 협조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홀홀단신으로 들어서는 외국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 씨엠립의 여행사의 모습, 캄보디아의 많은 여행사에서 외국인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행정처리를 대행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이 일선에서 이렇게 외면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캄보디아 관공서에서 행해지는 절차나 관행에 대해서 외국인이 너무나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캄보디아 사람들은 공문서에 손글씨를 쓸 때 검정색이 아닌 파란색 펜을 사용한다. 또한 원본 서류를 복사해서 제출할 때도 반드시 관계 기관으로부터 원본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도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복사해야 된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관공서에서 발급한 각종 증명서나 확인서라도 2차적인 처리기관에서 오타를 이유로 반려해 버리면 이를 악물고 다시 처음으로 가서 발급을 신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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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행정처리에서 외국인이 이렇게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2019년 현재 운전면허증 발급과정은 절차가 꽤 간소하고 신속해져서 외국인도 대행인 없이 행정처리를 진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듯하다. 다만 아직도 많은 공무원들의 구태의연한 인식에는 뒷돈이나 뇌물이 통한다는 인식이 만연한데 그런 공무원도 공개적으로 구설수에 오르면 명예가 실추되고 운신의 폭이 제한받는 양상이다.
▲ 이온몰에 입점한 교통부 주관 운전면허증 발급 센터의 대민 서비스 창구의 모습
▲ 이온몰에 입점한 교통부 주관 운전면허증 발급 센터에서 ‘운전면허증 변경 및 갱신 절차’를 안내하는 순서도
그런데 행정처리 과정에서 지불하는 수수료는 뭔가 복불복이 작용하는 듯하다. 대체로 대민 서비스가 활발한 관공서는 수수료를 명문화해서 영수증을 발급함으로써 투명성을 밝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곳은 권한자의 재량이다. 예를 들면 동장이 발급하는 거주지 확인서는 무료에서부터 100불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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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과의 실갱이에서도 법규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면 될텐데 흥정이 통한다. 결국은 국고가 아닌 개인의 호주머니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럴 때는 말 잘하고 평소에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짜 내지는 저렴하게도 가능하다.
▲ 2018년 3월, 정지 신호를 위반한 외국인에게서 20불을 갈취한 혐의로 파면된 교통경찰 2명의 모습
▲ 동네의 이장이 작성하고 동장이 최종적으로 발급하는 거주지 확인서의 모습이다. 손글씨가 기재되는 부분은 파란색 볼펜으로 작성해야 하고 크메르어 표기를 원칙으로 하되 영어로 기재하는 것도 허용된다.
캄보디아에서 행정처리는 비단 외국인 뿐만 캄보디아인에게도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면 여권 발급의 소요기간은 처리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200불이면 하루만에 발급되는 반면에 100불이면 15일이 걸리는데 특유의 캄보디아 연휴가 늘상 중간에 끼기 때문에 체감기간은 한 달도 족히 걸린다. 또 학생이 행정실에서 각종 증명서를 신청하면 2주일가량 걸리는데 관계기관의 상급 공무원이 전화 한 통으로 빠른 처리를 부탁하면 2-3일내에도 발급된다. 이럴 때는 돈과 인맥이 행정처리를 신속하고 순조롭게 하는 원동력이다.
캄보디아 여권 발급의 비용과 소요기간은 공시되어 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공무원이 신청서 작성을 도와주는 경우에는 10불이상의 수고비를 더 지불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행정처리라도 가장 먼저 최근의 사례를 수소문하고 가능하면 캄보디아인 인맥을 통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관공서를 직접 방문할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의 지적사항에 대해서 묵묵히 수용하고 정정해서 재방문을 기약하며 돌아서야 한다. 재방문시에도 바로 처리가 되리라는 기대를 접어야 정신 건강에 좋다. 아무래도 분노가 폭발할 것 같으면 그냥 적절한 대행료를 제시하는 기관을 선정하는 편이 낫다. 캄보디아 살이 11년차를 접어든 지금은 그 비용이 몸소 뛰는 것보다 차라리 더 저렴하게 느껴질 만큼 지불할 용의가 생긴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