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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 종교를 넘어, 문화 존중을 위해
To respect culture, beyond religion
종교를 넘어, 문화 존중을 위해
캄보디아 불교성일(Meak Bochea)을 맞이하여
전 세계 여행 책자에 꼭 방문해야 할 소위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류의 걸작 목록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리스천에 대한 이해 없이 유럽을 여행하면, 수없이 마주치는 성당 및 박물관의 예술 작품들을 절반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것처럼, 동남아시아에서 불교에 대한 지식 없이 여행하는 것 또한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도 전통적으로 불교에 문화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1991년 국교로 지정되는 한편, 다양한 불교 사상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역사서에도 기록되어있는 것처럼, 캄보디아도 동남아시아의 여느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불교의 전래가 국가의 건국보다 앞선다. 캄보디아 국가의 목표는 “국가, 종교, 국왕”이다. 캄보디아인들은 불교 문화유산과 크메르어 그리고 앙코르 왕국의 영광을 바탕으로 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불교는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종교이자 생활이다. 인간이 먹고 자는 행위처럼 불교의식이나 교리의 수행은 일상생활의 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현대의 캄보디아 불교는 대부분 상좌부 불교 국가가 그러하듯이 캄보디아인들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리고 사후에도 역시 불교 안에서 존재한다고 믿는다. 태국처럼 모든 남자들이 일생에 한 번은 승려 생활을 하며 결혼은 물론 사후의 문제 등의 풍습이나 축제도 역시 불교식으로 행한다.
이러한 생활 속의 불교는 외세의 힘에서 견뎌냈다. 특히 불교사원은 민중들에게 교육하는 기본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대중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회적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내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올해 우리나라 정월 대보름인 음력 1월 15일(2019년 기준 2월19일)은 캄보디아에서는 불교월력 기준으로 불교성일(Meak Bochea)로서, 국가 지정 공휴일이다. 캄보디아 불교성일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 부처가 해탈에 경지에 이르고 나서 정확히 9개월이 된 날이라고 한다. 보름달이 뜬 이 날 밤, 부처의 제자 1,250명의 동시에 모여 부처의 설법을 들었는데, 이날 설법은 사상 최대의 설법이자 부처의 마지막 설법으로 기록되었다. 이 설법에서 부처는 ‘악을 피하라, 선을 행하라, 마음을 정결히 하라’라는 세 가지 가르침을 내렸으며, 부처 자신이 입멸할 날을 예언했다. 부처는 자신이 예언한 대로 3개월 후에 서거했으며, 이 부처 서거일이 캄보디아 또 다른 불교 관련 국가 공휴일 ‘Visak Bochea’이다.
캄보디아 지역 곳곳의 절에서 불교성일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참배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밤까지 이어지는 행사에서는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절 바닥에 등불로 연꽃 모양을 만들며 소원을 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캄보디아 사람들과 함께 등불에 불을 붙이고 건강, 가족의 안녕 혹은 행운을 빌다 보면 인류 보편적인 소망 아래 캄보디아 사회를 한 발짝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신보람 / 2013년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 파견되어 씨엠립 관광청에서 지역 한국어 가이드 양성을 위해 2년간 한국어 교사로 활동했다. 앙코르 유적에 매료되어 계속 캄보디아에 남아 압사라청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청년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앙코르 유적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