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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한국어로 말해요.” 소금과 빛 국제학교
구름한점 없는 하늘에 듬성 듬성 나있는 풀을 뜯고있는 비쩍 마른 소 두마리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팜트리 몇 그루, 캄보디아 전형적인 평화로운 전원의 모습이다. 프놈펜 공항쪽으로 20분쯤 차를 타고 달리자 눈 앞에 하얀 담장위에 새겨진 SALT AND LIGHT INTERNATIONAL SCHOOL(소금과 빛 국제학교)가 보인다. 멀리서 보기에 하늘 색 지붕과 흰 담장이 수녀원 같기도 하고 큰 교회 같기도 하다. 지인을 통해 간단히 소개들었던 소금과 빛 국제학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 학년이 한국어로만 모든 과목을 수학하고 있다고 했다. 캄보디아에 그런 학교가? 궁금증이 터지기 일보직전에 소금과 빛 국제학교를 설립하고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박경희 선교사를 만났다.
▲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한 12학년 찌읏, 씨우이, 끔친, 다라가 FEAR THE GOD (여호와를 경외하라)라고 써 있는 건물 앞에서 점프하고 있다.
한국에서 교단 재직 후 부르심 받아 97년 선교사 파송받아
볼리비아 교육선교사 10년, 안식년 후 캄보디아에 정착한지 10년
박경희 선교사는 종교인이기도 하지만 한국, 볼리비아, 캄보디아에서 장기간 교육분야에 종사한 교육전문가이다. 박선교사는 어느 나라나 영어로 하는 국제학교는 다 있지만 한국어로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며 “영어가 세계공통어기 때문에 당연히 영어 국제학교가 많을 수 밖에 없긴하다. 처음 소금과 빛 국제학교의 마스터 플랜을 짤 때 학교 목표는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것이 었다. 졸업생이 대학에 입학했을때 최대한 시간의 소모를 줄이려면 모든 언어를 한국어로 교육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 현재 소금과 빛 국제학교 가장 어린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과목을 한국어로 수업하게 되었다.”고 놀라운 학교 수업방침에 대해 설명한다.
소금과빛 국제학교 일명 ‘소빛’학교는 100% 기숙사학교다. 12학년(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찌읏은 한국어를 배우는 것 보다 사고방식이 다른 외국인과 생활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소빛의 전교생은 매일 새벽 5시 15분에 기상해 5시 30분부터 1시간씩 새벽기도예배를 드려야 한다. 한참 아침잠이 많고 부모님의 품안에서 응석받이로 클 나이의 아이들에겐 견디기 힘든 교칙일 것이다.
이런 공동체 생활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커서 10년전 처음 학교를 시작할 당시엔 중학생부터 입학을 허락했다고 한다. 입학 후 한달 정도가 지나면 각자 부모님과 전화를 연결하는데 마치 군대에 보낸 것 마냥 양쪽다 전화기를 붙잡고 그렇게 운다고 한다.
“오빠따라 엉겁결에 입학원서를 쓰고 들어왔던 아이가 하나 있는데 입학 후 1-2주가 됐나 너무 울어서 한 두시간 방에 그냥 울린 적이 있어요. ‘밖에 누구없냐, 나 좀 데려가 달라’ 울며불며 소리치다가 2시간쯤 지나고 밥 시간이 되니까 밥 먹겠다고 나오더라고요. 그 이후론 한번을 안울고 끝까지 잘 적응해서 지금 동의대학교 4년 장학생으로 한국에 가있어요.”
박선교사는 모든 아이와 모든 부모는 소빛에 들어오고 다 운다고 한다. 오히려 놀라웠던 것은 3년전부터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받기 시작했는데 어린 아이들이라 더 우려했던 것이 무색하게 “헤헤” 거리며 부모님과의 전화를 끊어 의외였다고 한다. 아마도 누나, 형들과 함께 생활해서 오히려 더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고 하며 소빛안에서의 진정한 ‘공동체’가 이뤄진 것이 아니겠냐고 안도한다.
▲ 소금과 빛 국제학교의 교훈 ‘NON SIBI’는 ‘너 자신을 위해 살지 마라’ 라는 뜻으로 ‘하나님을 위해 살아라’는 영성 교육의 기본이다.
영성, 인성, 지성 그중의 제일은 영성
소금과빛 국제학교는 이미 현지 목회자, 교회 리더 사이에서 ‘꿈의 학교’로 소문났다. 캄보디아의 그 어떤 학교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혹독한 교육프로그램과 노동, 자급자족 프로그램을 자랑하는데도 매년 3:1의 경쟁률을 보인다. 어려운 훈련속에서 잘 적응하고 버틴 졸업생이 3회까지 배출되었고 현재 한국에서 거의 모든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 공부는 비싼 과외를 받고도 유학이 힘든 것이 보편적인 상식인데 소수의 크리스챤 리더의 자녀만 받는 학교에서 전교생 한국 유학을 실현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코리아 드림’이 아닌가! 무엇보다 ‘영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도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선교사는 “볼리비아에서 10년 교육사역을 마쳤을때 충분히 영성 교육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눈에 밟혔다. 미국에서 안식년을 갖으며 소금과빛 국제학교를 구상할 때 가장 포커스를 맞출 부분이 ‘영성’이라는 데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뿐이라는 결정을 하게되었다.”며 “영성이 바로 잡히면 인성과 지성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명확한 목표가 생기기 때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철학을 바탕삼아, 단순한 학문을 전수하는 학교가 아닌 공동체, 특히 신앙 공동체안에서 삶으로 영성 훈련을 시키는 ‘영성이 인성을 지배하는 교육’에 소빛이 한걸음 바짝 다가갈 수 있었다.
▲ 한국 유학중인 소금과 빛 국제학교 졸업생과 박경희 선교사 단체사진
안힘들었다면 거짓말.. 지금은 집보다 학교가 좋아요
내년 한국 유학을 앞둔 12학년 끔친은 “소빛에 들어오기 전엔 학교 다녀와서 가방을 던져놓고 놀기 바쁜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왜 공부하는지, 공부해서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지 제시하는 사람이나 교육기관이 없었어요. 소빛에 들어오고 나서 교우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통해 선생님을 통해 어떻게 내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고 소빛을 만나 삶이 변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은 학년 씨우이는 “공동체 생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의 전과목 공부는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어요. 모든 친구가 같은 마음일거에요. 그런데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저의 부족한 점을 직시하게 되요. 같이 생활하지 않으면 몰랐을 모자란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고 더 나은 저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요.”라며 소빛에서 만난 가족같은 선후배 관계를 통해 지금까지 학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소빛에 들어왔을때 집에 가고싶고 엄마가 보고싶어서 매일 울었다는 다라는 “그때 저를 안아주셨던 선생님께서 ‘울지마라 아들아..’ 라고 하셨는데 처음엔 ‘외국인이 왜 나에게 아들이라고 할까.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의아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알 것 같아요. 학교에서 제일 큰 선배가 되고 함께 생활하면서 진짜 가족이 되었어요”고 밝게 웃어보인다.
소금과빛 국제학교는 현재까지 3회 졸업생을 배출, 총 17명의 전졸업생이 한국에서 유학중이다. 고신대, 전주대, 한양대, 경북대, 계명대, 전남대, 동의대, 제주대 등.. 높은 비율의 학생이 ‘학업장학금’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학생 모두가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친 후 캄보디아에 돌아와 지역사회에 한국에서 배운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다. 10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일궈낸 놀라운 열매가 아닐 수 없다. 10년 후 소빛 출신 학생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영성’ 가득한 제자로 캄보디아 각 필드에서 뛰고있을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더 높이 비상할 그들을 응원한다!
[글·사진 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