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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외로움증(症)
미인은 고독하다고 한다. 신빙성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미인과 고독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회심리학계 실험에 따르면 뛰어난 미모에 매력적인 여성일수록 사람들이 부탁하기를 꺼릴뿐더러 접근을 회피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완벽해 보이는 여성에게 자신의 무능을 들키기 싫어서라는 게 주요 이유다. 어느 분야건 빼어난 사람일수록 고독한 법이다. 누구나 특별한 구석을 타고나게 마련이고 보면 인생은 다 고독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던가.
하지만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자발적인 고립은 ‘고독’에 가깝고, 외톨이로 방치된 고립은 ‘외로움’에 가깝다. 고독은 생산적인 반면 외로움은 비참하다.선진국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외로움’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대책을 연구 중이다. 영국 정부는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했다. 고립감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900만 명에 달한다는 집계와 사회적 단절에 의한 정신적 고통이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심리학자와 의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까지 신설해 임용했을뿐더러 외로움 측정 방법을 강구해 관련 복지시스템 마련에 힘쓸 것을 해당 부서에 요구했다. 외로움증(症) 초기, 중기, 말기. 과연 외로움의 정도를 어떻게 계량할까, 호기심이 발동되는 것만으로 즐거울뿐더러, 80억 사람들 틈에서 각자 외톨이가 된 현대인에 대한 인류애가 전해져 벌써 외로움이 덜어지는 느낌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가족해체 또한 고립의 주요인일 테다. 예전 농경 사회에서 자녀는 곧 노동력이자 가계수입원이었다. 가족, 이웃과 협업하고 대대로 농업기술을 전수하며 무리를 지어 살았다. 산업 사회 발전과 함께 가족은 공동체가 아닌 기업에 나가 일하게 되면서 스펙을 쌓기 위한 자녀 교육비와 일거리를 잃은 노부모 부양비,
고공행진을 하는 주거비 부담에 아이를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식구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가계부담이 늘어간다. “가족이 없는 편이 경쟁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족은 해체된 것이다. 거꾸로 가족이 있는 편이 살아남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앞 다투어 가족의 유대감을 다질 것이다.”(우치다 타츠루 『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는 말처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독거세대 확산은 곧 외로움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추세다.기성세대뿐만 아니라 10대의 외로움 문제도 심각하다. OECD에 따르면 청소년의 온라인 접속시간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친교 모임은 감소하고 있다. 대면 만남의 기회가 줄다 보니 상처를 주고받는 가운데 유대가 깊어지는 현실 관계에 적응하지 못해, ‘삭제’ 버튼 하나면 불쾌하고 불편한 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사이버 세상으로 더 빠져든다.
혼자는 외롭고 둘은 괴로운데 사랑의 고통이 없는 안전한 삶을 택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적으로 문상객 한 명 없는 장례식이 절반 정도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일까?/나순(건축사, UDD건설 na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