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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교통사고
세계적인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에 의하면 나라의 경제 규모에 따라 탈것에 대한 욕망이 달라진다. 그날 벌어 겨우 그날 먹고사는 극빈국 국민들은 신발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하고, 사정이 조금 나은 나라는 자전거를, 더 나아지면 모터사이클을, 신흥부국에서는 자동차를, 선진국 국민들은 국경 너머로 날아가 휴가를 즐기고자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저축한다. 일테면 세계 각국을 쪼리 한 켤레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열망하는 탈것에 따라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산다는 건 하나의 욕망에서 또 다른 욕망으로 갈아타는 과정일 따름일까.
21세기 캄보디아 도로엔 몇 세기에 걸친 탈것이 공존한다. 최신형 고급 승용차부터 화물 무게에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아찔한 개조 차량, 차량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오토바이 툭툭이 자전거, 인력거 일종인 시클로, 소가 끄는 우마차에 이르기까지. 오랜 내전이 종식되면서 급격하게 맞은 사회변혁 때문이다. 갑작스레 밀고 들어온 신형 탈것에 비해 교통 인프라와 시민의식은 취약하기 그지없어 도로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편리함만큼이나 리스크가 큰 문명의 이면을 실감할 수 있다. 느릿느릿한 우마차 사고라야 툴툴 털고 일어날 정도에 그치지만, 고속질주가 가능한 현대식 차량이 빚는 사고는 해가 갈수록 결과가 치명적이다. 자동차 보유 대수가 세계 191개국 중 150위권인 나라에서 작년 11개월 동안 집계된 교통사고가 3,234건, 사망자 1,617명, 부상자 5,107명에 달한다. 도로정비와 안전한 대중교통 구축이야말로 캄보디아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어린이를 포함해 전 국민에 대한 교통안전 계몽 또한 서둘러야 할 터이다. 대중교통이 전무하다시피 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캄보디아 학생들의 행태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후를 살피기는커녕 휴대폰 검색은 기본이고 군것질거리까지 먹어가며 페달을 밟는다. 차량등록제도나 운전면허제도 또한 의심스러운 곳이다. 독일 철학자 피히테는 교육은 자유의지를 없애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의 범위를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에 국한했는지 모르겠으나, 교통질서에 대한 것만큼은 자유의지에 맡겨둬서는 안 될 듯싶다. 선진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체험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어릴 때 몸으로 배운 것은 평생 가기 때문이다.
우연한 사고(accident)야말로 인생의 주인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고 이래저래 수정을 거치는 가운데 일상이 굴러갈 때면 삶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듯 보이지만, 뜻밖의 사고 하나가 모든 것을 무질러버리곤 한다. 캄보디아 우리 교민이나 여행객들의 교통사고 소식이 심심찮아 안타깝다. 캄보디아의 허술한 교통인프라와 한국의 빡빡한 여행실적주의는 위험천만한 조합이다. 응급대처 시스템마저 열악한 후진국인에서 인생이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이없는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나순(건축사, UDD건설 na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