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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하나, 둘, 여럿
“쌀 서너댓 바가지만 퍼 와라” 대가족이 가마솥 밥을 지어먹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셈법이다. 한 바가지면 삼사인분이 족히 될 법한 바가지로 뒤주의 쌀을 퍼 담다 말고 “셋, 넷, 다섯 중 도대체 뭐여?” 골을 내곤 했는데 따지기 좋아한다며 지청구만 들었다. 대식구에 군식구가 들쑥날쑥하던 시골 살림이라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고무줄 배식이 불가피해 계량이 무의미하셨을 테다.
숫자에 질릴 정도로 수학교육을 받는 현대인은 1과 2 사이에 무한대의 수가 존재한다는 걸 알지만, 인간 최초의 수 개념은 오로지 1과 2다. 원시 상태 인류에게 숫자는 ‘하나’ ‘둘’이고, 그 이상은 모두 ‘여럿’일 뿐이다. 셋부터는 그저 ‘무더기’로 인식해 헤아릴 수 없는 수량으로 받아들인다. ‘세 번째 수’이자 ‘여럿’을 뜻하는 ‘thria(고대 섹슨 어)’에서 파생된 영어 ’troop(군대)’이 좋은 예다. 오늘날의 어린아이들 또한 수리 훈련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원시 상태에 머물 터이다. ‘1’이란 세상 유일의 ‘나’ 자신이며 여자와 구별되는 남자의 상징이다. ‘2’는 나와 대립 관계인 ‘너’이며 남성의 대칭인 여성의 상징이다(조르쥬 이프라 『신비로운 수의 역사』). 이런 사고방식은 삶과 죽음, 선과 악, 진실과 거짓처럼 이분법으로 나누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과 닿아있지 않을까. 숫자 홍수 속에 사는 현대 지구촌에 아직도 추상적인 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원시 사회가 존재한다.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말레이열도, 브라질의 원주민 부족들이다.
캄보디아 공사장 벽에서 두세 자릿수 곱셈 낙서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합의점에 못 이르렀는지 계산식이 여러 번 반복되지만 맞는 걸 찾을 수 없다. 숫자 발명의 기원에 술 외상값 기록에 대한 열망이 크게 기여했는데 누군가 계속 술값을 손해보고 있는 건 아닐까? 최근 현장에서 계단 거푸집을 대는 문제로 조립하고 부수기를 반복하며 험악한 분위기까지 갔다. 외국어로 소통하다 보니 의사전달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인부가 나눗셈을 못해서였다. 아무리 ‘막’자 들어가는 노동판이라고 층높이에 따른 계단 단수 연산을 못할까, 번지수를 잘못 짚은 대화가 문제였다. 캄보디아 건물의 계단들이 잘 가다 맨 끝단에서 달라져 발을 헛딛게 되는 이유가 이해되기도 했다. 십 년 전쯤 시험 결과지만 유수 대학졸업자조차 나눗셈 연산문제에서 반 넘게 틀리는 게 캄보디아 현실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이 제정된 BC 2,000년경에는 어린애가 실수로 귀족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혀도 목을 베는 게 예사였다. 이런 배경으로 보면 귀족의 권력남용이나 과잉보복을 금지한 일대 일 대응법이 당시로선 혁신적인 조치였다. 역사 지식이 없으면 잔인한 법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대다수 지식인이 학살당한 20세기 최악의 킬링필드를 겪고 이제 겨우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캄보디아 현실 또한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우리도 고무줄식 계산으로 퉁치던 시절이 있었듯이./나순(건축사, UDD건설 na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