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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두리안 냄새가 분분
쥐스킨트는 자신의 소설 <향수>에서 사람은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인의 추파나 유혹의 말에는 눈을 감아버리거나 귀를 막을 수 있지만, 호흡과 한 통속인 냄새는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 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냄새를 지배하는 자가 인간의 마음도 지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모와 언변 못지않게 체취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재밌는 사실은, 초보인생일 때는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에만 끌리게 되나 삶의 연륜이 더해질수록 발효된 냄새라든가 의미심장한 향에 끌리게 된다. “일주일 후에 돌아갈 터이니 그때까지 몸을 씻지 말고 기다려 주시오.” 전쟁터에 나간 나폴레옹이 연인 조세핀에게 보냈던 이 편지처럼 독특한 취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즘은 국제결혼이 얘깃거리도 아니지만, 열정의 기간이 지나고 부부가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모든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편견의 장벽을 극복해 내고도 결국 음식문화의 차이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일테면 특유의 향을 지닌 청국장이나 치즈, 그리고 두리안 같은 먹거리다. 눈이 멀어서 결혼한다지만, 일면 코가 멀어서 결혼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서 인분 냄새가 분분하는 걸로 보아, 바야흐로 캄보디아에 두리안 성수기가 시작된 모양이다.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은 해삼을 처음 먹어본 사람일 것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두리안을 처음 먹어본 사람이 아닐까 싶다. 푸른 뿔 투성이의 외계인 같이 무시무시한 생김새하며 시큰꿀꿀한 그 인분냄새라니. 즐길 때의 맘과 달리 인간은 쾌락의 찌꺼기를 싫어한다던가. 입맛을 다셔가며 넘긴 음식의 결과물이 똥이련만 냄새조차 왜 그렇게 피하고 싶은지, 아직도 두리안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소설 <향수>의 주인공은 반드시 혼자 있어야만 하거나 사람을 피하고 싶을 때는 ‘오랫동안 이를 닦지 않은 사람의 구취 향’을 바른다. 캄보디아에 사는 우리에게는 두리안이 있다! 그대, 이 이기심의 밀림에서 외로워지고 싶거든 두리안을 바르시라.
두리안은 과일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맛뿐만 아니라 효능도 다양하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고 강장제로도 그만이라고 한다. 몇 년 전 ASEAN에 가입한 후 기세등등해진 훈센수상이 진정한 캄보디아인이 되려거든 영어구사는 물론 골프와 두리안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며 ‘두리안’을 치켜세웠을 정도라니. 해외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현지문화에 대한 사랑’을 비결로 꼽는다. 향수를 달래는 데는 한인식당에서 김치와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걸치는 게 제격이지만, 신토불이 현지음식을 놓고 캄보디아인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때 이방인이란 느낌이 덜어지는 듯하다. 아무리 가까이 있고 좋은 것이라도 인연을 맺지 않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법, 각오해라 두리안! 올 해는 제대로 먹어주마! /나순(건축사, UDD건설 naarc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