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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로맨스 산업
작가 이름은 생각 안 나지만, 유럽 어떤 작가가 인간은 일생을 두고 두 번쯤 결혼해야 만족하게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처음에는 젊은 여성이 나이 많은 남성과 결혼하여 살다가 연로해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자신이 중년에 이르면 젊은 남성과 두 번째 결혼을 한다. 일테면 젊어서 초혼은 중년과 하고 중년 즈음에 청춘과 재혼하는 방식이다.
생활이 안정된 중년의 배우자가 재능은 있지만 재력이 달리는 젊은 배우자를 지원해 주는 대신, 젊은 파트너는 인생 후반의 활력과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게 그 결혼관의 요지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장년층 외국인 남성이 현지 젊은 처자와 혼인하는 경우가 많아 이 “설”의 실현 가능성이 어느 나라보다 커 보인다. 그다음 중년 여인과 젊은 남성의 결혼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요원해 보여 “설”이 “썰”로 그칠 것 같긴 하지만.세계적으로 타민족 간의 결혼이 점점 늘고 있다. 인력과 재화는 물론 기술과 물류가 새로운 시장을 찾아 빠르게 재편성되는 국제화 시대에 여러 인종이 섞이는 현상은 궁극적으로 피할 수 없는 과정일 테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지점을 찾아 움직이는 자본의 속성상 모든 것의 상품화 또한 어쩔 수 없는 추세이리라. 신붓감마저 시장에서 유통되는 <국제결혼 브로커>가 활개를 치는 세상인 것이다.
캄보디아 빈곤층 여성에게 있어 결혼이란 취업에 가깝다. “한 달 데리고 사는 데 얼마!”, 과년한 딸을 임대 놓기 위해 직접 영업을 뛰는 캄보디아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그리 특별한 축에도 못 낀다. 자진해서 “상품”이 되고자 국제결혼 전선에 뛰어드는 여성층도 등장했다. 시골 처녀들이 부유한 한국남자만 찾는 바람에 혼삿길이 막힌 캄보디아 농촌총각의 안타까운 세태를 풍자한 대중가요까지 등장했다. “요즘 캄보디아 아가씨들은 캄보디아 남자들과 결혼 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한국 할아버지들처럼 달러(돈)가 없어.” 사랑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저개발 국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다문화가정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 갈등, 무시 모욕, 가정 폭력 등의 사유로 10가구 중 4가구가 결혼 5년 내 파경을 맞고 있다. 국제결혼이 더 이상 얘깃거리도 아니지만 신부쇼핑이나 결혼한탕주의로 맺어진 경우에는 예정된 귀결이 아닌가 싶다. 뭔가에 대가를 지급한 사람이라면 그 가치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불공정 거래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게 마련 아니던가. 소유권 행사를 원하는 남성과 신분 상승을 꿈꾼 여성 간의 거래로 이루어진 결혼 생활이 순탄하게 이어질 리 만무한 노릇이니. 학창시절 선생님 중에 세계에서 전쟁을 없애는 첩경으로 국제결혼의 활성화를 꼽은 분이 있다. 아프리카인과 사돈 맺고, 프랑스인과 사돈 맺고 맥시코인과 사돈 맺고…., 국경과 피부색을 초월한 이민족 간 결혼이야말로 지구촌 일가화의 길이요 세계 평화를 위한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각박한 시대에 로맨스마저 국제상품으로 유통되다 보니 평화는커녕 반목만 더 커지고 있어서 걱정이지만… /나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