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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문화가 먼저다
20여 년 전 일이다. 태국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태국을 방문했다. 태국에 대하여 한국에서 미리 조사를 하고 갔지만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태국 주재 한국 대사관을 찾아갔다. 그렇지만 태국에 관해서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없었다. 우리가 답답해하는 것이 안타까웠던지 대사관 담당자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보여주었다. 자연, 역사, 문화, 생활, 종교, 의식, 산업, 관광 등 태국의 전 분야에 걸쳐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된 10권짜리 책이었다. 사진과 그림, 지도, 도표, 통계 자료 등이 망라되어 있어서 일본 사람들이 태국을 이해하는 데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서 나는 일본의 위력을 느꼈다. 당시 방콕 시내 교통수단의 중추는 ‘툭툭이’였는데 그것 모두가 일제였다. 일본에서는 한 대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타국에 수출할 수 있었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길거리에 일제 차들이 많은 건 당연했다. 태국에 대하여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그들의 취향과 필요에 맞춰 장사도 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외국에 나와 살다 보면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데서 서로간의 교감이 일어나고 그 뒤에야 비로소 뜻하는 일을 진전시킬 수 있고 비즈니스를 해 나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자면 거주지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한국을 올바로 알리는 것과 함께 캄보디아에 대하여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캄보디아에 살기 위해서 갖춰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효과가 큰 것이 현지 언어를 습득하는 일이다. 말이 통하게 되면 그 문화권 이해가 그 만큼 빠르게 때문이다. 나의 뜻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남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국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 문화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인데, 가장 전통적인 매개물이 책이다. 책을 통해서 상대방의 문화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매체가 정보 전달의 중요한 매개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책이건 인터넷이건 그 내용이 빈약하거나 부실하다면 별 도움이 안 된다.
한국에 들어가면 꼭 서점에 들른다. 빠지지 않고 찾아보는 것이 캄보디아에 관한 책인데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없어서 거의 허탕을 치곤 한다. 캄보디아에 관한 책이래야 앙코르와트 관광 안내나 여행기 같은 것들이 몇 권 있을 뿐 캄보디아의 역사나 문화, 주민 생활 등을 살필 수 있는 책들은 별로 없다. 최근에 캄보디아어 학습서들이 몇 권 나왔지만 대부분 내용이 부실해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한두 권에 불과하다. 캄보디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캄보디아 관련 인터넷 카페가 많이 생겼다. 이들 카페에 들어가면 캄보디아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이 다양하지 못하고 자료가 부정확한 것이 많아서 큰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런 카페 중에는 캄보디아 투자 가이드를 해 주는 곳도 있는데 잘못된 정보와 안내로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캄보디아에 살고 있다. 단순히 거주를 하던 사업을 하던 캄보디아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캄보디아 사람들의 의식을 파악하는 것은 큰 자산이다. 캄보디아 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