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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영어가 밥 먹여 주는 나라
“What is this?”
“That is a pen.”
다섯 살짜리 아이와 나눈 영어 대화다. 매니저의 딸이 2년째 유치원에 다니는데 이제는 간단한 영어 몇 마디를 할 줄 안다. 영어로 뜻이 통하는 것이 신기한 듯 가끔 영어로 말을 걸어 와 이에 응대를 해 주면서 서로 웃곤 한다. 물건 이름이나 숫자, 색깔 등 흔히 쓰는 영어 단어를 꽤 많이 알고 있다.
프놈펜 시내에는 변두리 지역까지 곳곳에 영어 학원이 자리잡고 있다. 흔히 ‘international school’이라는 영어 간판을 달고 있는데,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정규 국제 학교는 몇 개 안 되고 대부분은 영어 교육을 위주로 학생을 불러 모으는 학원들이다. 중고등 학생이나 대학생 등을 가르치는 학원도 많이 있지만 더 많은 학원은 초등학교 학생이나 유치원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유아원이나 유치원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노래와 율동, 놀이 들을 곁들여 가르치기도 한다. 오전반이 끝나는 11시 전후가 되면 학생을 데리러 온 오토바이와 차량들로 학원 앞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한다.
영어 학원에 다니는 초중고 학생들 대부분은 캄보디아 정규 학교에 다닌다. 오전이나 오후에 일반 학교에 나가고 학교 수업이 없는 시간에 영어 학원에 간다. 재력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제들은 캄보디아 일반 학교에 다니지 않고 학력 인증이 되는 국제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학교들은 졸업과 동시에 국내나 외국의 상급 학교 진학이 가능한데 학비가 비싸서 일반인 자녀는 다니기 어렵다. 재력과 권력이 있는 집안에서는 자녀를 중학교나 고등학교부터 아예 외국에 유학을 보내기도 하는데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거의 영어권 국가가 그 대상이다. 캄보디아의 대다수 청소년이 초등학교나 중학교 정도에서 학업을 멈추는 반면, 권세가 있는 집안의 자녀들은 대부분 외국에 나가서 대학을 마친다.
미술 학원이나 피아노 학원 같은 예능 계통의 학원을 프놈펜에서 본 적이 없다. 일반 과목의 과외를 받는 학생들은 좀 있지만 캄보디아에서 입시 학원은 찾기 어렵다. 직업 교육을 하는 학원도 별로 없다. 미용 학원이나 컴퓨터 학원이 더러 눈에 띌 뿐이다. 요즘에는 중국어 학원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계 캄보디아인이 많고 해외에서 들어와 사업을 펼치는 화교가 크게 늘어나서 그럴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영어 학원 다음으로 많은 것이 한국어 학원이다. 근로자로 한국에 들어가려는 젊은이가 많기 때문이다. 프놈펜뿐만 아니라 지방의 몇몇 도시에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들이 있다.
캄보디아에는 왜 이렇게 유독 영어 학원이 많을까? 먹고 살기 위해서다. 영어 한 마디라도 해야 변변한 직장을 구할 수 있어서 그렇다. 캄보디아의 큰 공장이나 회사는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거나 외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제조업의 다수를 차지하는 봉제 공장의 경우 외국계 회사가 절대적으로 많고, 규모가 있는 유통, 판매, 서비스 등의 분야도 외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캄보디아를 돕거나 감시하기 위해서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많은 국내외 NGO도 영어 구사자를 필요로 한다. 외국 여행자라면 캄보디아 사람들의 영어 소통 능력에 놀란다. 인근 국가인 베트남이나 태국 사람들에 비해 영어로 의사소통이 훨씬 잘되기 때문이다. 영어가 밥 먹여 주는 나라, 캄보디아의 실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