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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미남
잘생긴 남자, 농익은 술, 재밌는 이야기, 이 세 가지 다 싫어할 여자가 있을까. 세 가지가 한꺼번에 어우러진다면 그야말로 천국. 남편과 자식이 있고 나이까지 먹을 만큼 먹은 처지로서 조금은 뻔뻔스럽지만 나에게도 잘생긴 남자에 대한 취향이라는 게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나 ‘브래드 피트’유형이면 미남으로 쳐준다. 취향이라고 우기고 보는 데는 어느 정도 겸연쩍은 구석이 있게 마련이고 누구나 가망 없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는 법이다. 언뜻 보기엔 부드러운 꽃미남 스타일이지만 타고난 용모를 무기로 얼마든지 착함을 가장하여 웬만한 일은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바를 기필코 관철시키려는 근성이 숨죽이고 있다. 운이 좋으면 영웅,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사기꾼으로 풀리기 십상이다.
완벽한 미남이란 어떤 존재일까. 화살표 모양의 코 가리개와 미니스커트 모양의 가랑이 가리개로 된 로마군 복식은 영화 <트로이 목마>에서 천하의 브래드 피트마저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혹자는 옛 몽고의 변발이 어울리는 남자라야 진정한 미남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나 완벽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찾고 추구하지만, 그런 건 꽤나 희귀한 일이다. 완벽에 가까울수록 빨리 싫증내는 현상을 보면 완벽함과 영원함이라는 속성자체가 아름다움과 배치되기도 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남이(었)다. 최근 어느 매체에서 그의 사진을 보았다. 성글어진 머리에 훌쩍 벗겨진 이마, 양미간과 양 눈 꼬리를 향하는 자글자글한 주름, 하얗게 센 눈썹아래 형형한 눈빛… 아흔을 바라보는 얼굴이 한참동안 내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서부영화의 아이콘 배우로 성장해 탄탄한 영화감독을 거쳐 영화음악 작곡까지, 여전히 현역으로 영화를 통해 관객과 공명하고자 끈질기게 천착해온 여정이 고스란히 표정에 녹아있는 느낌이다. 포토샵 제안을 뿌리친 사진이라는데 삶의 본령대로 절정 뒤의 퇴락을 당당하게 드러낸 얼굴. 추미(醜美)란 이런 경지를 이르는 말일까. 순수미, 우아미, 숭고미처럼 일반적이고 정형화된 미와 다른, 시도와 시련과 시간이 빚은 독특한 미감.
얼패정국. ‘얼굴 패권주의’쯤 되는 의미로 새 정부 들어 SNS에서 회자되는 우스개다. 대통령을 비롯해 민정수석, 비서실장, 경호원 등, “주위시선 때문에 잘 생긴 외모가 콤플렉스”였을 정도로 청와대 새 식구들 모두 미남인데서 비롯되었다(남편님께서 그 고통이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진저리친다). ‘역사교과서 폐지’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공기업 전원 정규직 전환’ 바닥인가 싶으면 더한 바닥을 드러내던 전 정권과 대조적으로, “금 나와라 뚝딱!” 요술방망이라도 흔드는 듯한 개혁조치에 붕 뜨는 느낌이다. 믿기지 않을 만큼 좋기도 하지만 바닥으로 다시 팽개쳐지지나 않을까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 준수한 용모는 좋은 일에 시너지효과를 더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반대의 경우엔 극단적으로 양가적이라는 게 흠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도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쪼록 초지일관하시라는…/ 나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