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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전서구(Homing pigeon, 傳書鳩)
초록색 치약에 생크림을 얹은 듯 물컹해 보이는 뭔가가 창밖 실외기 위에 새로 눈에 띈다. 도마뱀 똥치고 너무 커서 ‘모르는 열대 생명체인가?’ 겁이 더럭 났는데 잘 먹고 빈둥거려 살이 피둥피둥 찐 비둘기 똥이다. 앞집 캄보디아인 부부가 불교신자인지 비둘기 공양이 취미다. 비둘기에게도 의리 같은 게 있을까. 밥 얻어먹는 앞집에선 ‘구구구…’ 재롱을 떨고 배설은 우리 집에다 한다. 저 병균덩이를 어떻게 치우나 며칠 망설이고 있는데 건기에 때 아닌 스콜이 쏟아져 말끔히 쓸어내 버렸다. 게으름을 피우노라면 의외로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해 주곤 한다.
도시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비둘기는 더 이상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유해동물로 지정된 처지에 놓였지만, 한때는 전서구(Homing pigeon, 傳書鳩)로 각광 받았다. 전서구란 통신용으로 훈련된 비둘기를 의미한다. 3,000여 년 전 이미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에서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이용된 것을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의 승전보를 다른 도시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주로 전쟁 기간에 활용도가 높아 제1차, 2차 세계 대전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에서도 미국 통신부대에서 전서구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간혹 만화나 영화에서 비둘기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다렸다 답장까지 받아오는 것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둘기의 귀소본능이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둥지를 기억하여 돌아오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전서구의 원리는 정보를 받아보고 싶은 곳으로 비둘기를 미리 데려갔다가 문건을 장착해 집으로 날려 보내고, 답장을 받아보고 싶다면 반대편이 집인 비둘기를 미리 데려왔다가 상대 집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일테면 일방통행이다. 계속해서 소식을 주고받으려면 양방으로 여러 마리의 전서구를 사전에 이동시켜야 한다.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많은 전서구를 보유하기란 불가능했던 이유다. 통신기술은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왔다. 불을 피워 봉화를 올리는 것에서 파발군, 전서구를 거쳐 전보, 전화에 이어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온 세계에 순간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인 모양이다. 그러나 세상이 다 아는 정보는 더 이상 정보가 아니다. 독점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은밀한 모색을 하게 마련이다.
첩보물 영화에서 한창 뜨겁게 애정행각을 벌이던 중에 핫라인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로 전화를 받는 장면이 심심찮게 연출된다. 요즘 한국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노라면 현실도 그 못지않을 듯싶다. 3류 소설급 애정편력을 보인 최순실이 박대통령을 “이모”(그런 촌수는 또 어뜨케 나왔쓰까?)로 등록해 놓은 ‘대포폰’을 품고 잘 정도로 애면글면하고 잊어버릴까봐 전전긍긍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정보력에서 나온다. 정의감과 능력이 출중한 사람에게 권력이 돌아간 예가 유사 이래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효과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데 쓰여야할 정보력이 권력을 창출해내고 유지하기 위한 추한 뒷거래에 주로 쓰이는 건 아닐까. /나 순 (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