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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드레스와 토일렛
프놈펜 외곽 나대지의 신축공사는 영락없이 현장의 똥을 치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헌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우위에 있어 민원이 최우선이라 이웃에 과일박스나 세제세트를 돌리는 것으로 시작되는 한국의 양상과는 대조적이다(양쪽 다 구리긴 마찬가지지만). 산업화의 급물살을 타고 인구집중과 함께 도시외곽으로 쪽방이 난립하는데 변변한 공중화장실 하나 없기 때문이다. NGO에 따르면 캄보디아 지방 가구의 화장실 보급률이 20%에 못 미친다. 도시는 사정이 낫겠지만, 으슥한 곳을 찾아 거사를 치룰 수밖에 없는 서민의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닐 테다.“문명은 화장실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어느 문화학자의 주장처럼 서구문명의 역사는 화장실 개량의 역사와 일면 궤를 같이한다. 문명발상지인 이집트에서 3,000여 년 전의 항아리 변기가 발견되었으니. 대자연 전체가 화장실인 천연식이 주를 이루었으나 13세기 무렵 좌식요강이 쓰이고 차차 수세식화장실의 초기형태가 등장하는데, 19세기 콜레라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위생혁명이 일어나 현대식화장실이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전염병으로 수십만이 희생당하는 비극을 수차례 겪은 후에야 많은 병균이 분뇨와 함께 배설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여인들의 로망인 ‘드레스’는 공중변소가 없던 시절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의상이다. 화장실을 칭하는 말 중 하나인 ‘toilet’ 또한 프랑스어의 망토(toile)에서 유래했다. 길거리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망토와 양동이를 들고 다니는 화장실 업자를 찾아 돈을 내면 망토 안으로 들어가 양동이에 볼 일을 볼 수 있었다. 작금의 캄보디아 현실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 행상을 하거나 길을 가다 다급해진 여인들이 주변 공터를 찾아 끄로마(캄보디아 다용도 스카프)를 두르고 앉아 용무 보는 광경이 심심찮게 눈에 띄니 말이다.
우리 세대는 서구 화장실 역사를 두루 거쳐 왔다. 천연식에서, 푸세식, 이동식(요강), 화변기식, 좌변기식에 비데 정착은 물론 변좌 난방 기능을 갖춘 제품에 이르기까지. 한 세대에 그 일련의 과정을 몽땅 경험했으니 한국 산업화 과정을 고스란히 겪은 ‘압축성장세대’인 셈이다. 현재 모든 형태의 화장실이 공존하고 있는 캄보디아는 ‘동시다발세대’라고 해야 할까.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행사가 많아진 90년대 초부터 대중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형건축물 1층에 공용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했다. 뿐만 아니라 공원과 유원지 등에도 표준설계에 의한 공중화장실을 널리 보급했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지나친 애국심 탓인지 빈곤한 상상력 탓인지, 초창기 디자인으로 한옥지붕을 채택해 ‘공중화장실은 한식지붕’이라는 인식이 박히다보니 먼발치로 고궁이나 남대문만 보여도 반사적으로 ‘요의’가 느껴지더라는 우스개가 돌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화장실은 명실공히 세계 최상급으로 정평이 나있다. 캄보디아 정부도 국민의 보건과 도시 위생을 위해 공중화장실 보급에 신경 좀 썼으면…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