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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냐!?”
캄보디아에 와 살면서 캄보디아에 대한 나의 인상을 토로하던 말이다. 가까운 한국 사람이나 친한 캄보디아 사람에게 피력하기도 한 말이다. 캄보디아에 대한 이런 생각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내우외환으로 갖은 풍상을 겪고 이제 겨우 일어서는 가난한 나라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아서다. 하나의 독립된 국가라면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국가나 사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데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것이 매우 취약해서 국민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부조리와 비리가 일상화 되어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국 화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금융 거래가 달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 전산화가 취약해서 인구, 토지, 조세, 교통, 금융 등의 관리와 유통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는 나라, 산업 기반과 기술이 취약해서 이쑤시개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는 나라, 학문 연구와 예술 활동이 미미하고 국민 교육이 극도로 빈약한 나라, 프놈펜 같은 도시조차도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오토바이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나라, 시내 도로는 물론 주요 외곽도로 곳곳에 크고 작은 웅덩이가 생겨도 복구나 수리가 잘 안 되는 나라, 관공서에서 서류 한 장 떼어도 대개 뒷돈을 내야 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캄보디아다.
대학을 졸업해서 괜찮은 직장에 취직했다고 할 때 프놈펜에 집 한 채 마련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300달러 월급을 받는 사람이 한 푼 안 쓰고 모아서 집을 산다면 아마 30년도 더 걸릴 것이다. 당장 호구지책을 해결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하늘의 별따기다. 몇 대에 걸쳐 노력을 한다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가진 사람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그것을 계속 불려 나간다. 몇몇 권력자와 고위 공무원, 그리고 이들과 이권을 나누며 살아가는 부호가 그들이다. 높은 담장을 두른 호화 주택들이 프놈펜 곳곳에 있는데, 권력과 재력을 가진 소수 특권층이 사는 곳이다. 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토지와 수십 채의 주택과 빌딩을 보유하고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권력과 부는 권력자와 특권층의 자제가 세습하다시피 하고,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해도 출세(?)가 어려운 나라가 캄보디아다.
2013년 총선은 캄보디아에 큰 바람을 몰고 왔다. 야당의 약진과 함께 국민들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선거 결과를 놓고 야당은 1년 가까이 등원을 거부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비등해졌다. 훈센 정부의 양보와 양당의 타협으로 표면적인 대처 상황은 수그러들었지만 국민 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의 힘에 위협을 느낀 훈센 정부는 지난 3년간 근로자와 공무원의 급여를 대폭 올리고 국민 편익을 위한 조치에 신경을 쓰는 등 국민 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날로 커지는 빈부격차는 통제력을 잃은 듯하다. 3년 전 총선에서 훈센 정권을 위협하던 야당의 위세는 크게 약화되었다. 30년 이상 구축된 기득권 세력의 갖은 술책이 세력 균형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려놓은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국민 각자의 내부에 응축되어 침잠해 있는 의식이 어떤 계기에 다시 분출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게 나라냐!?
요즘 한국에서 한국 국민들이 외치는 함성 소리다. 주제넘게 캄보디아를 두고 이런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참 기막히고 분통 터지는 일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창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