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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글과 요리
아마도 하루키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재즈피아노의 대가 ‘텔로니어스 멍크’가 특별한 울림을 주는 연주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새로운 음은 어디에도 없어. 모든 음은 이미 건반에 늘어서 있지. 어떤 음에다 자네가 확실하게 의미를 담으면, 그것이 다르게 울려 퍼지지.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진정으로 의미를 담은 음들을 주워 담는 거야.”라고 대답했다. 커다란 캔버스에 물감을 쏟아 붓는 것으로 유명한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락’은 그런류의 그림은 어떻게 완성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섹스와 같아. 끝나면 끝난 걸 알 수 있지.”라고 대답했다나.
모르긴 해도 ‘글쓰기’로 치자면, 세상에 문장은 다 나와 있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건 작가의 몫이고, 인과관계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세상에 명징한 결말을 이끌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닐까. 주부인 나에게 글쓰기는 요리와 비슷하다. 우선 군침이 돌게 하는 음식, 곧 <글감>이 떠올라야 한다. 그다음은 <내용>, 기억창고와 서고를 더듬는 것에서부터 여러 매체를 훑는 것까지 장보기가 핵심이다. 재료의 신선도가 음식 맛을 좌우하지 않던가.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 바닥을 헤맬 때는 의외의 정보를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지만 적잖은 인내를 요한다. 일단 모든 재료를 손질하여 냉장고에 넣어 두면 요리는 거의 끝난 셈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 할 차례, 요컨대 <스타일>이다. 몸에 좋은 재료만 선별해 건강식을 만들면, ‘교훈’만 남고 ‘재미’는 죽어버리는 명심보감이 되고 만다. 건강과 상관없이 식감 색감이 좋은 재료와 오히려 건강을 해칠지도 모를 매운맛 쏘는 맛의 자극적인 재료를 적당히 섞어 버무려주었을 때 주재료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이때 화학조미료를 슬쩍 넣고 시치미를 떼는 게 작가의 재주다. 인상적인 효과를 위해 약간의 과장과 편집을 빼놓을 수 없으니까.
다 읽고 난 뒤에 한동안 잔잔한 ‘울림’이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좋은 글이란 약간의 질투와 불편함을 주는 글이다. ‘어쩜 이렇게 똑 떨어지게 썼지?’하는 시샘 섞인 공감과, ‘어떻게 알았지?’싶게 들키기 싫은 진실을 꼬집어내는 글. 어쭙잖은 잡문을 쓰는 사람이 어쩌다 글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실제 오믈렛을 잘 만들 수 없더라도 오믈렛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의견은 있을 수 있으니까). 좋은 글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전문 작가도 아닌 나는 말할 것도 없다. 요리도 그렇고 음악, 미술, 문학도 그렇고, 거창하든 소박하든 뭔가 창작하는 일은 대개 비슷한 경로를 밟을 터이다. 건축설계도 마찬가지다. 테마가 주어지면 데이터를 분석해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살아가는 일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듯싶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나 각자 사로잡히는 일이 달라 저마다 치열하게 탐색하고, 우연한 일이라도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하며 누구도 마지막 장면을 알지 못하니 언제나 새로운 다짐으로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새해에도 그렇겠지.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