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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사철이 더운 나라라 그런지 캄보디아 박물관의 고대복장 전시실은 단조롭기 이를 데 없다. 남성 조각상이나 여성 조각상이나 대부분 하의만 두르고 있을 뿐 유두와 배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목 부분 장식이나 팔 장식을 제외하면 이게 복장인가 싶을 정도다. 조각상들이 살아나기라도 한다면 정치나 철학을 논하기보다 바로 작업(?)에 들어갈 것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다. 이집트 스핑크스 중 코가 남아난 게 드물다는데 캄보디아 여성 석상엔 유두가 달아난 게 많다. 이것 이 애욕의 흔적인지, 아니면 모난 돌이 정을 맞는 세상 이치인지 잘 모르겠다.
캄보디아에서는 헐렁한 셔츠와 반바지만으로 일 년을 날 수 있다. 독한 자본주의 시스템만 아니면 옷 세 벌과 발우 한 벌 이상 지니지 말라하셨던 부처님의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는 곳이다. 요즘 이상 한파라고 수선을 떨지만 그래봐야 2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추위를 몹시 타는 체질이라 그런지, 터들 셔츠에 패딩에 머플러까지 잔뜩 껴입고 종종걸음 치는 한국의 동절기 영상을 보노라면 괴로웠던 생각부터 떠오른다. 툭하면 얼어터지던 배관이며, 겨울외투 몇 벌이면 미어지던 옷장이며, 두 켤레씩 신은 양말짝만으로도 건조대가 모자라던 기억도 기억이지만, 아침마다 뜨듯한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오기가 어찌나 싫던지. “… 내 가난한 어머니가 있다 /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한국의 옛 어머니는 백석의 시구처럼 그려지곤 하는데, 연중 무더운 캄보디아에선 어떨까. “…이렇게 불그레죽죽하니 더운 날인데 땡볕에 그을린 손으로 바나나며 파파야를 따고 있다…” 아무래도 비장미가 떨어진다. 얼어 죽을라, 굶어 죽을라, 전전긍긍하는 한대지방과 달리 사철 생장에 적합한 높은 기온으로 최소한의 생존이 보장되는 기후 탓이리라.
동남아 어느 국제공항이었더라? 자동차 몇 천대쯤 주차시킬 수 있을 비행기 주기장, 그 광활한 콘크리트 포장 위에서 하염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는 깨알만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한 청소부가 비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절의 구분이 없어 그날이 그날 같은 열대지방 삶의 전형을 보는 듯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하염없는 비질처럼 일상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