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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청소
‘학계 일각에서는 인류의 발전을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청소기>로 구분기도 한다.’ 모 청소기 업체에서 제작한 가상역사물광고에 나오는 얘기다. 기원전 만 년 한 동굴에서, 아내가 털옷 좀 건네 달라고 하자 게으른 남편이 옆에 있던 막대로 바닥의 털옷을 밀어주었는데, 먼지투성이였던 바닥이 말끔히 닦이는 현상을 보고 동물의 털에 막대를 꽂아 만들어 쓴 게 위대한 청소 문화의 시작이었다나. 인간이 동굴생활을 하던 원시시대, 소금이 부족하여 상대의 입가에 남아있는 소금기를 핥아먹으려다 키스를 하게 되었다는, 언젠가 읽었던 키스의 기원만큼이나 기발하다. 입맞춤에 이어 서로 눈을 맞추다가 ‘애잔하고 아쉽고 아픈’ 감정이 촉발되면서 인류의 영원한 딜레마인 연애의 역사 또한 시작되지 않았을까.
능률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가장 완벽한 청소도구는 ‘혀’가 아닐까 싶다(개 고양이가 혀로 새끼를 씻어주는 걸 보면 문제없어 보이기도). 뭐든 입에 넣고 빠는 젖먹이 시절 우리 딸아이가, 버튼사이사이마다 뿌옇게 더께가 앉은 TV리모컨을 막 포장지를 뜯어 낸 신제품처럼 알뜰하게 빨아 놓은 적이 있다. 캄보디아에선 보통 성인의 청소 차원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원시적이라면 믿을까. 엊그제만 해도 바닥이며 가구를 닦은 걸레로 태연하게 식탁을 훔치려는 현장을 포착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미 변기뚜껑을 닦지 않았으리란 보장 또한 없다. 집사장(Butler)이 전문직이었던 영국문화에서는 샹들리에에서 은식기에 이르기까지, 물성과 용도에 따른 청소기법이 예술의 경지에 오르기도 했는데…
지난 캄보디아 물축제 기간 동안 둔치에 쌓인 쓰레기를 그대로 톤레삽 강으로 쓸어버리는 청소부들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탔다고 한다. 프놈펜 시 용역업체나 정부부처나 서로 소속 인력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해 논란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시민의 책임론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축제 내내 오물에 치여 다녔을 광경이 눈에 선하다. 세간 없는 텅 빈 방이 옛날 가난의 표징이었다면, 현대에는 정리할 시간도 의욕도 공간도 없어 여기저기 쌓아둔 물건과 방치된 쓰레기가 빈곤의 상징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공공장소의 청결도야말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는 지표인 것이다.
사람사이에 난 길, 그러니까 사랑이나 우정도 쓸고 닦지 않으면 금방 소원해지기 마련이듯, 대단한 문명이라도 사람이 살면서 건사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매몰되고 만다.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 눈비바람에 의한 풍화, 극성스럽게 자라는 식물 등, 간단없는 자연의 공격 때문이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이 바로 그 증거 아니겠는가. 100만이 거주했던 앙코르 문명이 15세기 크메르 제국의 멸망과 함께 거짓말처럼 정글 속에 파묻혔다가 18세기 프랑스 탐험가의 발굴에 의해 가까스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인류 역사는 곧 청소의 역사”라고 했던 어느 고고학자의 표현이 결코 비약이 아닌 것이다.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