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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가는 해 오는 해
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어김없이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 무슨 연유로 나이에’먹는다’는 표현을 쓰게 되었을까? 나이를 먹어오면서 먹어치운 음식의 그릇들을 어림해보니 작은 피라미드 하나쯤 거뜬히 쌓을 듯싶은데, 뺨은 깎이고 눈매는 깊어져 거울속의 여인은 쇠잔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가 해마다 나이를 훔쳐오는 대신 세월은 시나브로 우리 인생을 훔쳐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계획이 상팔자”로 살아온 지 사뭇 오래다. 계획한 일들은 이래저래 어긋나고 말아 낙망하기 일쑤지만,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우연의 변주곡 사이사이에 예기치 못한 삶의 맛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연초에 금주 결심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기호품이라면 마냥 너그러워지고 만다. 언젠가 골초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줄담배를 태우는 게 못마땅한 아내는 남편이 담배를 꺼내 물때마다 핀잔을 주지만, 남편은 꿋꿋하다.”나쁜 점을 다 없애버리면 좋은 점까지 몽땅 없어지고 말지.”담배나 술의 해악뿐 아니라, 허물없는 대화, 넉살좋은 해학, 기발한 착상, 고즈넉한 사유 등, 인생의 풍미마저 함께 사라져버릴지도.
청춘기에는 평범해질까봐 안달했지만, 언제부턴가 평범한 한 해이기를 기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이를 낳아본 여자들은 평범하기조차 힘든 게 세상살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탄생의 기쁨을 맛보기까지 모든 뼈마디가 물러나는 모진 진통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사노라면 범상한 일상조차 기적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올해는 세계적 불황의 여파로 너나없이 범상치 않은 해를 맞아, 피부가 벗겨진 채 소금바다를 헤엄치듯 건너왔을 터이다.라는 익살스런 카브리해 격언이 있다. 막다른 곳까지 이르게 되면 앞으로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고 할까, 저마다 삶의 무게는 달라도 누구나 살아가게 마련인 것이다.
같은 나이를 먹는데도 딸아이는 해마다 싱그러워진다. 어떤 몸짓에서 처녀 적 나와 꼭 닮은 모습이 보일 때면 인생을 두 번 사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장자의 아름다운 문장이다. 세월은 이렇듯 나를 갉아 먹고는 딸아이에게 돌려주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적부터 그래왔듯이. 굳이 종교적인 영생 윤회를 따지지 않더라도, 삶은 자연의 섭리 안에서 영원한 원으로 이어지는 이치이리라. 올해 더 없이 좋았더라도 그 끝이 있으리라. 올 해 죽을 만큼 힘들었을지라도 그 끝이 있으리라. 행과 불행은 결국 한 몸이라는 장자의 철학처럼.
/나순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