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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헤어스타일의 시대정신
어린 시절 종종 뵀던 외할머니의 머리단장 절차는 일종의 의식에 가까웠다. 쪽쪘던 비녀를 빼면 외줄로 땋은 머리가 엉치까지 늘어졌는데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세숫대야로 가득이었다. 머리를 감는다기보다 빨다시피 하여 산발한 채 말리는 모습이란 영락없는 귀곡 산장의 귀신이었다. 가운데로 길이 난 가르마 부분부터 동백기름을 펴 바르고 참빗질을 한 후 쪼록쪼록 한 갈래로 땋아 쪽을 쪄 비녀를 꼽으면, 비로소 근엄하시던 본래 면모를 되찾았다. 헤어스타일은 그림의 액자에 해당한다던가, 머리모양에 따라 변하는 할머니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여자의 변신이 유죄인 적이 많았지만 어떤 정치적 종교적 억압에도 불구하고 머리 장식의 유행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어느 시대에나 유행이란 유한계급과 노동계급으로 신분을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상류층일수록 혼자 치장할 수 없음을 과시하려는 듯 머리모양이 정교하고 화려하기 마련이다. 루이 14세의 애첩이 유행시켰던 퐁탕쥬 스타일은 위로 틀어 올린 머리에 가발이나 레이스, 리본, 깃털 따위를 덧대 탑처럼 높게 만든 것으로 장식 높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져 높이가 1.3미터에 이르기도 했다. 30년이나 지속되었던 그로테스크한 유행이 사그라진 이유가 여성계의 이성적인 판단 때문이 아니라, ‘정욕을 가능한 한 아무 때나 채우려는 남자들의 충동에 영합한 것일 뿐이었다’고 풍속의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가까이하기엔 너무한 머리, 그녀들은 맵시보다 사랑을 택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여성에게 긴 머리가 요구되었고 오랫동안 여성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형벌의 한 형태로 이어져왔다. 여성이 최초로 남성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때는 1920년대에 들어서다. 이름하야 봅(Bob)스타일이다. 뉴욕에서 하루 2천명의 여성이 머리를 잘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숏컷 스타일은 1차 세계대전 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성 평등과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각국에서 정치, 종교, 언론을 망라한 남성계의 비판이 거셌다. 남편에게 이혼당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하고 중국과 필리핀에서는 단발머리에 세금을 부과하자며 입법부가 들고 일어서기까지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타일엔 그 시대정신이 배게 마련이라 전통사회에서 헤어스타일은 통일성을 보였다. 조선시대 유교사회의 미혼여자는 댕기머리 기혼은 쪽 진 머리를 했듯이. 21세기의 캄보디아 여인들은 아직도 전통에 가까운 머리모양을 고수하고 있다. 기혼여성은 어느 정도 자유롭지만 미혼여성은 대개 긴 생머리를 유지한다. 하얀 블라우스와 곤색 롱스커트에 묶음 머리를 늘어뜨린 여대생 무리를 보노라면 시대를 성큼 거슬러와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도심을 지나다보면 첨단 헤어스타일을 종종 볼 수 있다. 캄보디아 여인들이 변신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징조다. 스스로 상품이 되고 유혹해야 하는 고객을 갖게 되는 자본주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으니 생각보다 빠를지도…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