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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포켓몬 GO’와 증강현실
영하 삼십도 날씨에 도끼를 핥게 되면 혓바닥이 얼어붙어 혀 껍질이 벗겨지면서 피투성이가 되는데, 시골 아가씨들이 타지방 남자가 오면 흔히 하는 장난이다. 말랑말랑한 빵 속에 바늘을 넣어 개에게 던져 주면 굶주린 개는 씹지도 않고 삼키게 되는데, 그 후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구경하는 게 어린이들 놀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묘사돼 있는 옛 러시아 놀이의 일면이다. 우리나라도 옛날에 동네 닭서리를 하거나 장난삼아 친구를 똥구덩이에 빠뜨리는 둥, 거칠게 놀았던 기록이 많다. 건전한 것에서 혐오스럽고 폭력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민족마다 일탈을 위한 오락을 추구해온 역사는 유구하다. 오늘날 게임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고대엔 리얼게임이었는데 반해 현대엔 대부분 가상게임이라는 사실.
요즘은 ‘포켓몬 GO’라는 게임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캐릭터인 포켓몬이 실시간 증강현실로 구현되는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을 설치한 유저가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특정 장소를 촬영하면 그 현실세계 이미지에 가상의 게임화면이 겹쳐서 등장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무작위로 나오는 포켓몬을 잡는 게 우선이다. 포획한 포켓몬을 훈련시켜 레벨을 올리기도 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시돼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포켓몬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걷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차량을 보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다. 한 십대소년이 포켓몬을 추적하다 사무실에서 한창 정사를 벌이던 남녀를 포착한 일까지 발생했다(가상세계보다 현실이 더 경이롭기 마련이다). 어쨌거나 야외활동과 담쌓게 하던 여타의 게임과 달리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0년쯤 전 니체가, ‘한 민족이란 같은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하나의 이슈가 전파를 타면 자석을 따라 움직이는 쇳가루처럼 전 인류가 쏠리는 현상을 보면 바야흐로 글로벌화가 이루어져 세계시민으로 묶인 것 같다.
‘포켓몬 GO’는 무엇보다 증강현실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의 사물에 내력이나 위치, 가격 등 관련정보를 덧붙여 보여주기도 하고, 가상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모바일 기기의 위치를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이 신기술은 유용함과 편리함만큼이나 프라이버시와 보안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 개인이 누군가의 스마트폰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에 포착되었을 때, 인터넷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정보, 일테면 그 사람의 거주지나 행동 패턴, 선호 제품, 은행거래내역 따위가 화면에 뜨는 장면을 얼마든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유리지갑 차원이 아니라 그야말로 투명도시에서 사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문명은 수세기에 걸쳐 정치, 경제, 과학, 의료, 예술부분에서 커다란 진보를 이룩했다. 그러나 무기발전에 따른 전쟁과 테러, 대량학살 같은 비극 또한 문명의 산물이다. 다루기에 따라 문명은 이기이자 흉기로 작용했으니.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