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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소는 귀한 존재다
황톳길 옆으로 초목을 엮어 지붕을 올린 높다란 집들이 있고, 줄기를 날씬하게 쭉 뻗어 올려 잎을 달고 서 있는 트나웃 나무, 그리고 잎가지를 척척 늘어뜨린 코코넛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 그림에서 흔히 보는 캄보디아 시골 풍경이다. 이런 그림에는 의례히 소가 등장한다. 집 앞 들판에서 쟁기질을 하거나 수례를 끌고 가는 정경이 그림 속에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농경민족인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 속에서 소는 빼놓을 수 없는 친숙한 존재다.
저녁 무렵에 프놈펜 외곽 지역에 차를 몰고 나갔다가 소떼를 만났다. 스무 마리가 넘는 소들이 길을 건너는 바람에 10여 분간 차를 멈추고 기다려야 했다. 아침에 들판으로 풀을 뜯어 먹으러 나갔던 놈들이 자기 집을 찾아가는 소떼들의 행렬, 시골이 아닌 프놈펜 근교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차가 달려오면 잠깐 멈춰서 차를 보내고 안전거리가 확보되면 선두에 선 소가 소걸음 그대로 천천히 길을 건넌다. 그러면 다른 놈들도 뒤따라 느긋하게 길을 건넌다. 송아지 중에는 더러 잦은걸음으로 서두르는 놈도 있지만 큰 소는 언제나 점잖게 길을 건넌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우공의 지혜를 새삼 깨닫게 된다. 소 모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집을 찾아가는지 참 신기하다.
캄보디아에서는 집에서 여물을 먹여서 소를 기르지 않는 것 같다. 소들이 야외에서 하루의 식사(?)를 해결한다. 아침이면 자기들끼리 들판에 나와 풀을 뜯어 먹으며 배를 채우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간다. 우기에는 그나마 여기저기 풀이 나서 먹이를 해결하는 데 별문제가 없지만 건기가 되면 소들은 고달픈 춘궁기를 보내야 한다. 풀 한 포기 찾기 어려운 들판에 나가 추수하고 남은 마른 볏짚을 뜯어 먹으며 건기 한철을 이겨 낸다. 이때가 되면 도로 옆이나 주택가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소들도 있다. 비닐봉지를 헤집어 먹을 것을 찾는다. 건기에 뙤약볕이 내리쬐는 황량한 벌판 여기저기를 헤매는 소들을 보면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들이 한결같이 깡말라 있어서 더욱 그렇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집에서는 트랙터나 경운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여전히 소를 이용해서 논갈이와 써레질을 한다. 짐을 실어 나르는 것도 소가 도맡아서 한다. 논갈이를 하거나 짐을 실어 나를 때 캄보디아에서는 항상 소 두 마리가 짝을 지어 일을 한다. 한국에서 소 한 마리가 하는 일을 캄보디아에서는 소 두 마리가 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소는 한국 소보다 몸집이 조금 작다. 그리고 흰색 털을 가진 소가 대부분이다. 남부 지방으로 가면 물소가 많이 눈에 띈다.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빛 몸체에 항상 배가 빵빵하게 불러 있다. 이놈들은 물을 좋아해서 근처에 물구덩이만 있으면 뛰어든다. 물을 좋아하고 힘이 세서 깊은 물에서도 일을 잘한다. 물을 무서워하는 일반 소와 정반대다.
최근에 프놈펜 외곽 지역에 농기구 가게가 자꾸 생기고 있다. 트랙터와 경운기를 비롯해서 농사용 기계 보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들이 노동의 굴레에서 점점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사일을 하기 위해서 소를 기르는 사람은 줄고 목돈 마련을 위해 소를 기르는 사람 비중이 커지고 있다. 고깃소를 집단으로 키우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는 젖소를 거의 키우지 않는다. 그래서 생우유나 분유는 거의 외국에서 수입한다. 그러다 보니 우유 소비량이 극히 적다. 요즘 쇠고기 1kg에 10달러쯤 한다. 돼지고기나 닭고기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싸다. 일반 서민은 사 먹기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소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귀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