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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우리 죽을 때 즈음에는 …
얼마 전 캄보디아 지방에서 한 장의사가 살해당했다. 마을에 잇달아 초상이 나자 장의사가 저주 부린 탓이라 여긴 주민들이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캄보디아에선 흔한 사건으로, 매년 주술사로 지목돼 살해당하는 사람이 10명 이상에서 최근에야 3, 4명으로 줄었다. 공동체 눈 밖에 나는 일이 곧 죽음과 직결되는 셈인데, 야만이나 악은 무지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크메르 루즈 대학살로 노년층 단절을 겪었지만 내전 후 꾸준히 평균수명이 증가해 요즘은 노년인구가 제법 눈에 띈다. 머지않아 자연사도 늘 터이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지만, 죽음에 대한 원시적인 집단무의식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내 탁상달력의 기념일에 슬금슬금 생일이 사라지는 대신 기일이 늘었다. 한창 나이의 자식들은 무슨 공부가 그리도 긴지 후손탄생은 기약조차 없는데 몇 해 사이 양가부모님이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인생 선배님들이 말씀하시길, 부모세대의 서거행렬이 끝나 한숨 돌리다 보면 손위동기간의 부고가 이어지고 이윽고 친구들이 하나 둘 죽는다고 한다. 자기 앞에서 누구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을 즈음, 바야흐로 자신의 차례가 임박했음을 짐작해야 한다고.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 죽음을 맞는 새로운 풍속이 생겼다. 바로 ‘시신호텔’이다.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해 화장장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결국 장례를 제때 치르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화장터 대기기간 동안 시신을 잘 모셔두는 시신 전용 호텔이다. 가와사키 시의 시신호텔 내부엔 안치용 관(棺)과 문상객을 맞는 면회실에 운구차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947~1949년 사이 태어난 800만 명에 달하는 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사망행렬이 시작됐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국 또한 가파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6.25 전쟁 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한국 베이비붐세대 인구도 자그마치 700만 명이다. 수완 좋은 사업가는 이미 수익성 계산을 끝냈겠지만, 베이비붐세대로서 2,30년 후 맞이할 죽음의 쓰나미를 떠올리니 하늘 가득 까마귀 떼가 날아오는 듯하다.
각각의 세대는 나름의 표현 양식을 갖게 마련이다. 우리 베이비붐세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줄서기 세대’쯤 되지 않을까싶다. 어딜 가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형편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쪽수’가 많다보니 이 세대가 지나간 자리는 그야말로 초토화를 면치 못했다. 초등학생시절 콩나물교실에서 급식 빵 하나 타려고 줄서는 것을 시작으로, 진학하느라 취업하느라 결혼하느라 줄서고, 내 집 장만을 할 즈음에는 아파트 분양권 앞으로 줄을 섰다. 어느 나라 속담이더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아직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은 없으니” 살아있는 한 죽음을 체험할 수 없고 내 장례식 따위야 내 알바 아니지만 저승길조차 줄을 서야 될 것 같은 게, 누구 말마따나 “참 거시기 하다.”/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