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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프놈펜의 우기 걱정
어제는 우기 들어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오후 2시 반쯤 시작된 비가 4시가 넘도록 내렸다. 대개 30분 내외로 쏟아지다가 멈추는 것이 캄보디아 우기의 전형적인 특징인데 어제는 꽤 길게 강한 비가 내렸다. 30mm 정도는 내린 것 같다. 이 바람에 집 앞 도로가 개천으로 변했다. 자동차 바퀴 반쯤 잠길 정로로 물이 차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타고 가는 사람보다 끌고 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비가 좀 수그러드는 걸 보고 차를 끌고 나가다가 200m도 못 가서 되돌아왔다. 반대편에서 달리는 차가 일으키는 파도에 차 안으로 물이 새어 들어올 정도라 겁이 났다. 목적지까지 가는 데 어디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알 수 없으니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곳은 6,7년 전에 지어진 빌라단지 지역이다. 처음에 집이 들어설 때만 해도 빗물을 피할 만큼 복토를 해서 집을 짓고 도로를 만들었다. 이 근처에 오래 산 사람의 말에 따르면, 비가 많이 내릴 때 도로에 물이 차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부터라고 한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위 대부분은 농토라 주택지나 도로보다는 낮은 곳이 많았다. 그 뒤에 농토 대부분이 택지나 도로로 바뀌고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나중에 지어진 집들은 먼저 지어진 집들보다 바닥을 높여서 지어졌기 때문에 비가 내려도 별 문제가 없는데 그 이전에 지어진 집이나 도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낮은 지역으로 빗물이 흘러들어 침수 지역이 된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프놈펜 시내 거의 대부분은 하수관로가 없었다. 비가 내리면 낮은 곳으로 흐르다가 비가 그치면 서서히 빠지는 자연 배수에 의존했다. 그런데, 최근 10여년 사이에 프놈펜 시내에 있던 크고 작은 호수 대부분이 매립되어 택지나 상업 지역으로 바뀌었다. 비가 올 때 유수지 기능을 하던 호수들인데 지금은 프놈펜 안에는 호수가 없다. 그래서 옛날에 조성된 지역일수록 침수 피해가 더 심하다. 대표적인 침수 지역 중의 한 곳이 왕궁 근처로 비가 좀 내리면 무릎까지 물이 차서 차량이나 오토바이 통행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근처의 시장이나 상가, 주택들이 우기만 되면 자주 침수 피해를 입는다.
2,3년 전부터 프놈펜 시내 도로변을 따라 하수관로를 묻기 시작했다. 도심지뿐만 아니라 변두리 지역까지 공사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프놈펜 지역 전체가 거의 고도 차이 없는 평지이기 때문에 하수관이 있더라도 우기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빗물을 흘려보내긴 어려울 것 같다. 곳곳에 유수지를 만들어 일시에 밀려드는 빗물을 저장하고, 이와 함께 강제 배수 시설을 갖추어 비가 내릴 때 일시에 불어나는 빗물을 신속하게 빼 내야 한다. 하수관로 하단 부분 일부에 펌핑 시설이 있는 곳이 더러 있지만 그 용량이 작어서 침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비가 그치자 페이스북에 침수된 장면들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속속 올라왔다. 핸들만 보일 정도로 물이 찬 도로, 집안에서 물은 퍼내는 사람들, 발가벗고 물속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 등 연례행사처럼 화면을 채웠다. 한 건축공사장 옆 도로는 지진이 지나간 듯 도로가 갈라져 내려서 차량 몇 대가 처박혀 있었다. 공사장에서 터파기를 하면서 방벽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비가 별로 내리지 않아서 캄보디아 사람들의 속을 태웠었는데, 비가 좀 내리니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가 적게 내려도 걱정, 많이 내려도 걱정…우기 한 철을 또 걱정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