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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프놈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좀 과장해서 말해서 천지가 전화기 가게다. 전화기 가게가 몇 십 개 이상이 몰려 있는 곳도 여기저기에 있다. 식료품이나 잡화를 파는 구멍가게 다음으로 많은 것이 전화기 가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만큼 캄보디아 사람들의 전화기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요즘 이런 가게에서 주로 팔리는 전화기는 단연 스마트폰이다. 청소년에서부터 성인까지 이제 전화기는 캄보디아인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 동네 사는 사람들 중에도 스마트폰을 소지한 사람이 흔하다. 불과 3~4년 동안의 괄목할 만한 변화다.
한 때 캄보디아에는 9개의 통신사가 난립해서 영업을 펼치며 사투를 건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인터넷 서비스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겸했다. 그 결과 캄보디아의 통신 기반이 짧은 기간에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요금은 10년 전의 10% 이하로 떨어진 반면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졌으니 100배쯤 좋아졌다고 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극히 적은 시장을 놓고 많은 통신사들이 난립하다 보니 곧 문제가 생겼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몇 개 업체는 문을 닫고 나머지는 서너 개의 통신사로 재편되었다.
신문이나 잡지, 도서 등 인쇄 매체 이용자가 극히 적은 나라가 캄보디아다. 여기에 컴퓨터 보급률이 저조해서 정보와 지식의 전파나 사람과 사람의 소통은 대부분 구두로 이루어졌다. 불과 몇 년 전 얘기다. TV와 라디오가 가장 인기 있는 대중매체지만 이를 접하지 못하지 못하고 사는 가구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이 바뀌고 있다.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진 것은 당연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어 교환하고…스마트폰이 정보 교류와 지식 습득의 유용한 도구가 되었고, 오락과 여론 형성의 중요 매체로 자리잡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SNS를 즐긴다. 캄보디아 사람들만큼 페이스북(facebook) 이용률이 높은 나라가 있을까?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페이스북 회원이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물론이고 무수한 불특정 다수와 페이스북을 통해 관계를 맺고 생각과 감정을 교환한다. 자신의 활동을 알리고 흥미와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페이스북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끔찍한 사고 현장과 사체가 그대로 노출되고 수갑 찬 범인의 얼굴이 카메라 앞에 등장하는 등 각종 사건 사고가 현장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생생하게 쏟아져 나온다.
캄보디아에는 10여 개의 TV채널과 이보다 많은 라디오 채널이 있다. 이 중에는 형식상으로 민간 방송의 성격을 띤 것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방송은 현 정권의 홍보 매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SNS을 통해 소통되는 정보는 매우 다양하고 자유롭다. 절대 강자 훈센 총리에 대한 비판도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는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고발 운운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정권이 넘어갈 뻔했던 지난 선거를 의식한 듯, 내 페이스북 친구(?) 훈센 총리는 요즘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다. 수시로 셀카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다. 샷이 어정쩡하고 어설퍼도 구애치 않는다.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렇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고 그 핵심은 페이스북이다.